언제부턴가 우체부 아저씨들이 가져다주시던 택배들을 이제는 택배아저씨들이 배달하시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배원 아저씨와 접촉하는 면은 적어졌다. 집지마다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을 꽂아두고, 등기나 택배가 있으면 어김없이 집배원 아저씨가 큰 소리로 택배물품을 받을 이를 부른다. 서너번 부르다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올 시간을 적어 집배원 누구누구라는 도장과 함께 우편함에 붙여져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우편체계는 잘 되어 있고, 우체부 아저씨는 친절하다.
늘, 그런 인상만 받았으나 김두흠 작가가 그리고 있는 <수살우체국>시리즈 ‘청포로 3057’은 어쩐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체부 아저씨가 수상하다.
‘청포로 3057’은 자광시 수살면에 있는 <수살 우체국>에서 집배원 일을 하고 있는 숨은 킬러 주부길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첫번째 시리즈다. 첫번째 시리즈에서는 우선 ‘킬러’라는 날큼한 속내를 내비치기 보다는 집배원으로서의 일상을 더 많이 그리고 있다. 그가 딱 킬러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그가 품고 있는 여섯 개의 단도를 만들었다는 에피소드 뿐이다.
집배원은 섬세하다. 사실, 집배원 보다는 우체부라는 이름이 붙어서 늘, 우체부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아무튼 집집마다 오토바이를 몰며 우편물을 놓아줘야 하는 그들에게는 섬세하지 않으면 당장 ‘우편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하나하나 손에 그릴 듯 정확한 손 놀림으로 일을 해야한다. 집배원이자 킬러인 주부길의 이야기는 11개월차 집배원인 그의 모습들이 섬세하게 열거되어 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그가 맡은 구역의 맡은 주민들의 가족관계 및 그들이 살고 있는 생활의 본 모습까지도 알게된다.
끊임없이 주부길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틈입해 있지만 킬러라는 면모 보다는 동네사람들의 집배원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만, 그를 흥분시키는 일이 있을 때에는 조용히 킬러로서 단도를 이용해 처단할까 싶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치밀고 올라오다가도 다시 점잖게 내려 놓는다.
아직까지는 ‘청포로 3057’에 나오는 주부길의 일상은 조용하지만 그가 집배원으로서 일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고지서에 적힌 그대로 배달한 그가 전기세 고지서를 못 받았다는 할머니의 부름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끝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중간중간 블랙유머 같은 그의 유머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특히 개의 모자공포증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장 웃겼다.) 다만, 집배원들이 알만한 도로 체계나 집 번지수에 관한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써 놓았는데 처음에는 아, 이런 분류법이 있었구나 하며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뒤로 갈수록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야기를 읽는데 있어 이야기가 자꾸 뒤로 쳐지는 것 같다. 주부길이 언젠가 같은 질문을 받았던 기시감처럼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설명은 어쩐지 앞에서도 읽은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다. 집배원에 대한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속도감있게 끌고 나갔으면 좋겠다.
‘청포로 3057’을 읽고부터는 집배원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몰고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제는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모습이 그저 친근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혹시… 그인가? 하며 다시 뒤를 돌아 보게 만든다. 읽을 때는 강력한 펀치를 두드려 맞듯이 성큼 다가오는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서서히 일상의 시간을 틈입해 오는 작품이다.
덧붙여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작품을 올리실 때 읽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문단을 나눌 때 이야기적으로 나뉘지 않는 부분이라도 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보통 컴퓨터로 글을 읽는편인데요, 웹상에서도 문단이 길다 싶으면 눈이 아프더라구요. 핸드폰으로도 몇번 작품을 읽으려고 했는데 컴퓨터로 보는 것 보다 눈이 피로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수살 우체국 두번째 시리즈는 이점을 보완해서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