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화에는 뒷 이야기가 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기담 상자 (작가: 모아,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3년 4월, 조회 52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듣게 되는 기담이라 하면 아무래도 무서운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사실 기담은 동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태엽을 돌리면 느릿느릿 새로운 기담을 풀어내주는 상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여러 번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글감이 필요해서, 또 다른 때에는 나른한 기분으로 잠이 들고 싶을 때 동화 대신 기담 혹은 괴담을 찾게 되는데 이 작품은 독특한 분위기와 잘 그려진 묘사로 듣는 맛 보다는 보는 맛이 뛰어난 재미있는 단편입니다.

축복받은 외모와 능력을 가진 가족들 사이에서 오히려 자신만의 존재감을 뽐내는 외삼촌에게 화자는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작품에서 여러 번 이야기되는 ‘모든 걸 갖춘 가족들에 대한 지루함’이 화자에게 삼촌에 대한 신비감을 더해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만, 여러모로 삼촌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삼촌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온 화자는 어느 날 삼촌에게 기이한 선물을 받게 됩니다.

기담이라는 제목답게 이 작품은 수많은 궁금증을 남긴 채로 끝이 납니다만, 그래도 ‘이게 뭐야’ 하는 기분보다는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되는 재미가 작품 이 곳 저 곳에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서사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임에도 머리 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잡다한 책들과 음란한 잡지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다락방이라던가, 화자의 외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묘사 등이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고도 머리 속에 옛날 필름을 돌리듯 착착 감겨듭니다. 가끔 ‘영상화가 되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예전에 유행하던 단편 드라마로 제작되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라면을 라면답게-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광고 문구인데 이 작품은 기담을 기담답게 만들어내신 작가님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결말부에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이 조금 묘한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외삼촌이라는 독특한 존재에 끌린 게 아닐까 생각하니 납득이 되네요.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분량 적당하고 흡인력도 좋은 작품이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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