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에는 장편 판타지 작품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조회수라던가 별 숫자 등의 지표로 어느 정도 골라내지 않으면 제목만 보다가 시간을 보내는 ‘1넷플릭스 증후군’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멋진 제목에 끌려 찾아보게 된 이 작품 [검은 비가 내리는 땅]은 여러 가지 독자의 관심을 끌만한 재료를 골고루 가미한 장편 판타지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브릿G의 독자분들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주인공 하누는 대륙을 피로 물들인 오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자신을 바쳐 희생한 누나 마사리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정보를 듣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누나와 함께 싸웠던 영웅들을 소집합니다. 자신들을 이끌었던 대장 마사리를 그리워하던 영웅들은 모두 하누와 함께 마사리의 흔적을 쫓기로 하는데, 그녀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아나갈수록 이 여정이 그저 죽은 줄 알았던 동료를 찾는 목적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곳 저곳에서 나타나는 마사리, 성격도 다르고 능력도 다른 마사리와 만나면서 하누와 동료들은 전쟁을 끝내고 대륙을 제패한 큐리오 시티의 내부에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는 사실과 마사리가 제국에 대항해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하누는 무사히 누나를 찾고 영웅들과 함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을까요? 큐리오 시티가 숨기고 있는 과거 고대 문명의 기술은 무엇일까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작가님이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많이 고려하셨구나’ 였습니다. 판타지니까 당연히 여러 종족의 영웅들과 마법, 그리고 강력한 적들과 국가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서로의 가치관과 이익을 위해 속내를 숨기고 협력했다가 뒤를 치기도 합니다. 여기서 판타지 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그런 공식들을 그대로 인용했다 해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 됐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흑발의 여인과 거대한 도끼창을 휘두르는 야성 만점의 야크 누님, 그리고 왠지 귀여울 것 같은 수달족 영웅까지 등장합니다. 거기에 주인공은 그냥 여자라고 해도 모두가 믿을 정도의 미소년이니 여러 성향(?)을 고려한 파티 구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내용 면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누나를 찾아서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거대 제국에 맞선다.’는 이야기의 큰 틀을 가지고 가면서 중간 중간에 스릴러 소설의 반전에 못지 않은 국면 전환이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느낌 상 아직은 초반에서 중반으로 가는 흐름이라고 생각되는데, 중반으로 가는 이 이야기가 점점 기대되는 건 여러 캐릭터들을 꼼꼼히 잘 만들어두었기 때문입니다.(저는 특히 마사리의 설정이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와 성격을 가지고 등장할 수 있는 최고의 설정이라고 생각되네요)
장르가 판타지이고 장르 특성 상 매니아가 많다 보니 약간의 호불호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작품이고 전투 장면의 세밀함이나 세계관 설정의 꼼꼼함은 조금 부족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기 저기서 튀어나오고 이야기 전개 또한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중심 인물들의 외모나 성격 등을 조금 더 세세하게 표현해주셨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보면서 이 작품이 브릿G의 기라성 같은 판타지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