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미완성 감상

대상작품: 계류 (작가: 권선율, 작품정보)
리뷰어: 라이트, 8시간 전, 조회 10

〈계류〉는 제목 그대로 ‘묶여 있음’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풀리지 않고, 닫혀 있으며, 그러나 언젠가 열릴 수도 있는 가능성을 품은 상태. 작품을 읽어가면서 나는 계류라는 말이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어떤 체험임을 느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실패한 사랑을 안고 있다. 해빈, 화자 ‘나’, 영주, 엘라, 그리고 그들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까지. 검은 개를 제외하면 누구도 자기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 틀 자체가 곧 계류일 것이다.

사랑이 실패로 끝난 자리에는 언제나 간절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은 특히 더 그렇다. 해빈과 화자는 새로운 만남에서도 끝내 과거의 잔상을 되풀이하고, 비슷한 패턴의 계류에 붙잡힌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우리가 맺어지는 관계가 영원하지 못할 때, 그 자리에 강렬한 미련이 남아 존재를 지배한다.

읽는 동안 나 역시 내가 사랑했던 이, 나를 떠난 이, 내가 떠나야 했던 이유들을 떠올렸다. 열렬한 사랑이 결국 집착으로 이어져 파국을 맞기도 했던 순간들. 그것은 해빈과 영주, ‘나’와 엘라가 보여준 모습과 겹쳐졌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지만 끝내 닿지 못하고, 각자의 계류 속으로 돌아가버리는 모습 말이다.

검은 개는 유일하게 인간 관계의 틀 바깥에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해빈의 내면을 비추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결국 소설 속 모든 인물은 자기 틀에 갇혀 있고, 실패한 사랑의 잔해 속에서 살아간다.

〈계류〉는 정답이 없는 삶,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조건을 담담히 보여준다. 해빈과 화자의 서사는 상실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흘러가며, 끝내 닫히지 않은 채 남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우울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삶의 단면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