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라는 장르는 재미나 작품성과는 별개로 항상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 [밖으로 나가기] 또한 첫 문장부터 독자의 눈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끔은 어떤 장르적 선입견을 두지 않기 위해 글의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분위기로 시작해서 다른 장르로 순식간에 건너가는 작품은 소설이나 영화로 많이 나오긴 했지요. 최근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두 편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는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참 매력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구성도 뛰어나고 글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어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전혀 새로운 전개로 바뀌어가는 국면의 전환은 독자의 정신을 확 깨어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두 번의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한 번은 의심이 행동을 이끌고 다른 한 번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이루어지는 행동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미지를 접할 때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고 하는데 그 미지가 바로 자신일 때 느끼게 되는 공포는 또 다른 극한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이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 항상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장소가 안전한 지 확인도 되지 않지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가 서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를 때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은 어떤 매체를 통해서 접한다 해도 그 공포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두려운 공간으로 점프를 하게 됩니다. 심해와 함께 인간들에게 극한의 공포를 주는 우주라는 공간이죠. 초반부에서 주인공은 모든 상황에 의심을 가지며 미지의 공간을 향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여러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착한 현실이 바로 최악의 극한이라 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인 겁니다. 그것 뿐이면 모르겠으나 망망한 우주 공간에 고립되어 한정된 자원이 고갈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그 뿐 아니라 우주선에는 그나마 존재하는 산소와 식량을 독점하겠다고 동료를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가 있습니다. 정말 읽다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답답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 길을 찾으려 발버둥치던 주인공은 결국 자신이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두 번째 ‘밖으로 나가기 ‘입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독자 분들의 해석에 맡겨졌습니다만, 주인공이 극적으로 구출되었느냐 아니냐가 결말의 포인트는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주인공은 어렵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그 길이 막다른 길이라는 것을 깨닫자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제게는 그 부분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도 인간이 또 다른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겠지요. 이 작품에는 새로운 세계를 대하는 인간이 겪게 되는 감정들이 미지에 대한 두려움 혹은 죽음의 공포 같은 원초적인 감정을 통해 표현이 되었고, 그 결과로 재미있는 SF 스릴러 한 편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짧은 분량과는 달리 참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전해보고 싶지만 미래가 너무나 두려운 상황이라던지, 미래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쁜 결과만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세상의 관문 밖으로 나서기 직전에 느끼는 두려움, 막막함 같은 것이 소설에 잘 표현되어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상상 이상으로 더운 여름엔 역시 공포와 미스터리, 그리고 SF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시고 깊이 있는 단편을 사랑하시는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 [밖으로 나가기]를 감히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