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봤나! 역사학 전공 작가가 들려주는 중동 판타지! 비평

대상작품: 하그리아 왕국 (작가: 난네코, 작품정보)
리뷰어: 영원한밤, 2시간 전, 조회 8

※ 본 리뷰의 스포일러 부분은 줄거리상 스포일러는 없으나, 작품을 읽기 전에 보면 재미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 분류상 비평 리뷰이나, 팬심 가득 분석적 광고에 가깝습니다.

 

한달 보름 전 즈음 브릿G에 처음 자작글을 올려보면서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 외에 어떤 글들이 있나-보던 중 우연찮게 「여름과 꽃」이라는 작품을 클릭했습니다. 막부 시대 한 여인의 수필이라는 설정의 글들은 정말로 일본의 어느 박물관에 전시될법할 듯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하그리아 왕국」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세계관과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지금은 어느새 연재된 분량을 모두 읽고 새로운 회차 업데이트를 기다리면서, 휴재 공지가 올라오면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1. 챕터별 시점 변경으로 흥미를 더하는 군상극

3인칭 제한적 시점을 채택하면서 챕터별로 시점을 변경하여 여러 등장인물들을 묘사하는 군상극으로는 ‘얼음과 불의 노래’가 먼저 떠오릅니다. 전지적 관찰자처럼 멀리서 모든 걸 보는 것도 아니면서 특정 인물 한 명의 내적, 외적 경험에만 제한돼서 서술하는 방식은 작중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챕터의 제목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딱 넣어서 누구의 시점으로 진행할지 알려주고, 다양한 관점의 다양한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해줍니다. 에다드의 시점에서 여러 챕터를 진행하면서 주인공 포스를 느끼게 해주다가, 에다드를 죽여버리는 전개는 영상화된 왕좌의 게임 시즌 1에서도 충격적으로 나왔었죠.

이런 서술 방식을 접할 때의 또 하나의 장점은, 장편일수록 독자는 이야기의 선후관계나 디테일을 잊어먹을 수도 있는데, 독자가 기억해야 하는 사건은 반복적으로 서술해서 잊지않도록 하는데, 관점을 달리하다보니 지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각종 모략이 판치는 극에서는 어떤 인물이 특정 사실을 알고 있고, 다른 인물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 자체도 사건 진행에 있어 매우 긴밀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파악하기도 쉽습니다. 같은 사건을 이야기해도 직접 겪은 인물과 소문으로 들은 인물은 사건을 대하는 시각이 다르고,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서술되기도 하죠. 서로 얽히고 왜곡되기도 하면서 한층 더 세계에 몰입하게 됩니다. 하그리아 왕국은 이런 장점을 잘 벤치마킹했습니다.

 

2. 중동의 신화적, 역사적 요소를 버무린 현실주의 판타지

여러분은 국내 판타지 소설 중 중세 중동의 이미지를 내세운 소설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없었습니다. 중동 판타지라 하면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 알라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같은 옛 이야기는 떠오르는데 말이죠. 중세 배경의 판타지라고 하면 대부분 유럽 느낌이 물씬 나지요. 그 유래의 뿌리를 찾으려고 하면 D&D나 반지의 제왕에서 한번 본 듯한 것이구요.

하그리아왕국은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중동에서 흔히 쓰이는 이름들로 현실의 중동 아랍 문화권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본작의 중심인물인 ‘샤흐라자드’ 여왕부터가 천일야화의 화자인 ‘세라자드’의 아랍어 발음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뿐만 아니라 작중에는 이슬람 역사상 최강의 이슬람제국인 오스만제국에서 따온 요소도 제법 보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암투를 벌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가상의 역사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판타지입니다. 마법과 신성한 아이템이 등장하는 반지의 제왕 식 판타지라기 보다는 소프트매직을 표방하는 ‘얼음과 불의 노래’에 가까운 느낌인데, 그보다는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스토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서서히 극이 진행될수록, 샤흐라자드 여왕의 비밀이 나오고 초월적인 존재들도 작중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판타지 부분은 페르시아 신화, 조로아스터교의 요소들을 많이 차용해서 실제 신화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저도 본 작품을 읽으면서, 나무위키의 관련 문서들도 꽤나 읽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중동 요소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얼불노의 영향을 받은 작품인만큼 중세 유럽풍 배경의 작품에서 익숙한 개념인 ‘결투 재판’도 나오고, 전반적으로 봉건제의 모습으로 하그리아 왕국은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현재 연재 중인 챕터의 제목은 ‘종말’입니다. 하그리아 왕국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변주를 하게 될까요.

다음 회차가 올라오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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