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속 사람들의 감정적 허기를 잘 녹여 그려낸 호러소설, “식귀” 감상

대상작품: 식귀 (작가: 성재하, 작품정보)
리뷰어: 쥰노, 5시간 전, 조회 8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처음 <식귀>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예상되는 분위기나 느낌이 있었습니다. 좀비물과 같은 느낌. 여름이라 그런지 호러물이 읽고 싶기도 해서, 좀비물같은 작품도 좋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죠. 그러면서도 어쩌면 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작품 속 식귀는 ‘인간의 욕구’와 밀접한 연관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르 자체는 호러물이지만 인물들에게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의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떠올려보게된 소설이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읽었다, 생각했던 작품이었고요.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작품 속 식귀는 단순하게 ‘계속 먹게만 만드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 문제, 욕망을 자극하죠. 마치 무언가를 먹으면 그것을 자기가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들이 먹고 싶어하는 것들을 잘 살펴보면 그들의 욕망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식귀에 들린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감정적 헛헛함, 감정적 허기가 곧 쇼핑중독, 알코올중독, 음식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이들의 모습에 많이 겹쳐보였어요. ‘내가 정말 쇼핑이 필요해서, 내가 정말 술이 필요해서, 내가 진짜 배가 고파서’ 어떤 물질이나 행위에 자발적으로 탐닉하게 되는 것이 아니듯, 이 작품 속 식귀에 들린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도 모르게 멈출 수 없이 강박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었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식귀에 들린 사람들, 특히 주인공의 누나를 보며 ‘너무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더 큰 좌절감과 더 큰 열등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좌절감으로 인해 더 식귀의 유혹에 쉽게 빠져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해서 전부 다 행복하고 완벽할 수는 없다, 꼭 최고일 필요도 없다, 기대와 다르다고 해서 끝낼 필요는 없다’라는 작품 속 대사가 어쩐지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저에게도 위로가 되고 그만큼 울림이 있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길지 않은 소설이었지만 짜임새가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만큼 술술 잘 읽히기도 했고, 호러장르지만 현대인들의 모습과 많이 와닿아 있어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었고요. 읽으면서 ‘내가 가진 열등감은 무엇이지, 만약 나였다면 나는 어떤 욕구를 표출하게 될까’하며 저를 돌아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괴한 장면들이 여럿 나오기는 하지만, 너무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서..호러장르를 잘 못 읽으시는 분들도 이 작품은 재밌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치만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무섭고 재밌는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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