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설가가 되는 법 따위는 모릅니다. 그걸 알면 제가 먼저 진정한 소설가가 되었을 거예요. 그러나 감상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감상을 읽고 방향을 잡고 한 단계 올리는 것은 다시 문화류씨의 몫이겠지만요.
재밌었습니다. 아니 흥미로웠다고 할까요? 기담 특유의 호기심을 끌어올리면서 대답해주지 않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읽는 매체를 생각해 봐요. 이게 한 권의 책이었다면 자기 전에 한 꼭지, 화장실 가서 한 꼭지, 그렇게 읽었을 거예요. 신문이었다면, 기사 도중에 읽고 재밌어했겠죠. 어쩌면 이거 때문에 신문을 살지도요. 그러나 리뷰를 위해 몰아 읽었고, 그렇기에 좀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기담의 구조는 비슷하기 마련입니다. 이상한 일이 생기고, 이상한 존재가 나오고, 그것은 설명할 수 없고 그러기에 설명해 주는 대신에 이상한 일을 부각하고 그것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대신에 흐릿하게 기이함을 부각시키면서 끝. 이걸 반복해서 보다 보면 지겹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한 편 한 편의 완성도가 높다 할 지라도요.
특히 기담은 실화나 체험담임을 가정하잖아요? 그렇기에 더더욱 큐레이션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일종의 기담 큐레이션이 아닌가. 그렇다면 좀 더 주제가 명확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기담이기만 하면 OK란 느낌이에요. 모든 기담이 좀 더 치밀하게 연결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큐레이션을 얕보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장편이 아니라 제목대로 괴담집, 그러니까 일종의 ‘깔깔유머집’ 처럼 느껴지는데, 한 편 한 편이 재밌지만 이렇게 쌓아놓은 것이 단순히 이야기 더미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큐레이션이라 할 지라도 명확한 테마를 가지고 좀 더 좁혀서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화류씨는 어떤 괴담집을 만들고 싶었을까요.
사실 리뷰를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단편’을 읽고서야 리뷰를 쓸 생각이 들었어요.
단편에서 문화류씨는 ‘끝나지 않는 지배’ 에 대해 언급하고, 끝나지 않는 지배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비록 완결로 전환하진 않았지만 작가의 말 등을 통해 끝나지 않는 지배를 이야기하고 아마 리뷰 공모를 한 시점도 끝나지 않는 지배 마지막 편을 올린 시점과 같은 것으로 보여요.
따라서 이 이야기는 문화류씨라는 가상 인물을 내세우는 것으로 문화류씨가 체험했다는 사실, 즉 역설적으로 실화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짠 소설이겠죠? 이때부터 단순히 기담 큐레이셔이 아니라 기이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습니다. 답글등을 통해 문화류씨는 몇몇 이야기는 체험담임을 밝힙니다. 그러나 체험담과 창작의 경계가 흐려질때, 이때 기담이 더 빛나는 순간이라 생각해요. 이거 실화에요? 라고 물을때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상상의 여지를 열어두는게 기담 작가들의 역량이겠죠.
그러나 여전히 큐레이션과 같은 의문이 듭니다. 좀 더 치밀하게 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어떤 기담을 수집하는가를 통해서 최후의 에피소드가 더 강화되는 거잖아요?
‘학교 괴담’을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에서 다크씨니의 희생이 빛나는 까닭은 이전에 괴담들이 다크씨니와 주인공들의 관계성을 쌓는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괴담들을 보면서 최후의 날을 암시하고, 최후의 날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기대하고, 그 기대를 멋진 방향으로 초월하면서 재밌는 작품이 되는 법이잖아요? 그러나 문화류씨 괴담집을 읽으면서 ‘단편’을 제외한다면 다른 이야기들이 어떻게 마지막화로 독자를 이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전적으로 괴담이나 기담에 물드는 수집가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앞에서 나왔던 기담들이 사실은 치밀하게 연관되어 있나요? 저는 그런 메시지를 읽지 못하겠습니다. 물론 그저 제 독해력이나 장르 지식이 부족한 연유로 징징거리는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요.
그러니 의문만이 하나 남습니다. 문화류씨는 어떤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