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에 비유하자면, 전반 4:0 후반 4:2 공모

대상작품: 당신의 선택 (작가: 노말시티,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8년 9월, 조회 53

글 참 잘 쓴다고 생각했던 작가분 중 한 명이다. 분명, 시공간 왜곡 연구단을 읽던 때는 브릿지에 와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 새삼 작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작가님, 프로 아니신가요?

다만 뛰어나다고 감탄함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내가 읽은 작가의 작품은 전부 용두사미인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도무지 해내지 못하는 걸 해내는 작품을 볼 때의 자괴감과, 후반부에서 비롯되는 안타까움을 둘 다 느끼는 건 데미지가 너무 크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용두사미, 이 말을 쓰는 건 좀 조심스럽다. 달리 표현할 어휘가 떠오르지 않을 뿐, 엄밀히 따지자면 내 기준에서 이 작품은 ‘사미’는 아니다. ‘용두’인 건 변함이 없다.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초반부가 흥미롭다. 작품소개만 봐도 첫 문장이 ‘십 년 만에 선생님이 되어 모교로 부임하는 날 동현은 한 학생이 살해당하는 예지몽을 꾼다.’인데, 저 짧은 문장 안에 소재와 플롯을 단번에 어필하고 있다. 흥미로운 소재와 직관적인 플롯.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소개글을 보면 작품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다.

 

용두사미라는 말로 돌아오자면, 이런 개념이 생긴 건 교묘하게도 사미 못지않게 용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작품이 용두가 아니면 용두사미라는 말도 성립이 되지 않는다. 사두사미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는 것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재밌는 작품에만 용두사미라는 오명이 붙을 수 있다.

작품의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의 미진함에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작품은 용두사미 까지는 아니다. 분명 이 후반부는 흐지부지하거나 말도 안 되는 전개를 보여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깔끔하다. 그러나, 너무 깔끔해서 도리어 맛이 없달까, 잘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나름대로 추측하자면, 작가는 초중반부 이후로는 할 얘기가 없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강 절반을 지났을 쯤부터, 뭔가를 더 보여주려는 욕심보다는 앞서 풀어놓은 얘깃거리가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말하자면 어느 순간 석탄을 집어넣는 걸 멈추고 관성에 의지한 채 나아가는 기관차를 보는 느낌이었다. 의욕을 잃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후반부가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쉽다.

이 문제의 정체는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나는 작품의 플롯이 액션 스릴러 영화의 플롯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액션 스릴러 영화(예를 들어 다이하드4)는, 초반부에서는 액션과 더불어 내용 소개에 집중한다. 인물이 누가 있고, 이들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주인공을 위협하는 음모의 정체는 무엇인가…초반부에서는 그런 엉킨 실타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실타래는 어느 정도 엉킨 걸 풀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쭉 당기면 한 번에 풀리는 실타래다. 하지만 쉽게 쭉 풀려버리면, 나쁜 건 아니지만 아쉽다. 그런데 여기서 액션 스릴러 영화의 장점이 발휘된다. 온갖 화력과 액션을 쏟아 부으며 ‘스릴러 장르’로서 아쉬울 뻔한 걸 ‘액션’으로 메꿔버린다.

‘당신의 선택’은 영화가 아니고, 나도 작가에게 다이하드를 요구하지 않는다. 분명 작가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재미있는 것’이 있을 것인데, 곧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는 아마 책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이 전체적으로 잘 표현이 되지 않고 다른 요소와의 균형도 맞이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했다─아마 ‘느끼지 못했다’는 시점에서 정말로 작가의 말 그대로라고 해야 할 듯.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읽으면서 느낀 바에 의거해 답해보자면, 플롯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문제인 듯하다. 이 작품의 어디를 수정하는 것보단, 저 주제를 염두 해두고 다른 플롯으로 다시 쓰는 게 빠를 듯함.

다만 이런 방식은 작가가 이미 가진 장점을 크게 해칠 수도 있는데, 장점을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접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마치 마라톤 주자에게 100미터 주자를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정리하자면,

 

170매라는 긴 분량의 압박이 무색해지는 안정적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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