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장르에 대해 공모

대상작품: 고철 심장과 저주받은 자 (작가: 블루라쿤, 작품정보)
리뷰어: 비마커, 18년 9월, 조회 79

이 리뷰글은 작품 감상이나 비판이기 보단 장르에 대한 글이다.

우선 밝혀두자면, 대사를 쓸 때 “이런 식으로.” 문단을 나누지 않은 점 때문에 읽는 게 불편했다.

 

스팀펑크를 쓰는 몇몇 작가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작가 스스로의 문제라기 보단 스팀펑크라는 장르의 위상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다.

매니악한 장르다보니 스팀펑크를 쓰는 사람은 대개 그 매니악함을 과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아니, 과시라는 말 말고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 텐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스팀펑크는 중세풍의 판타지와는 달리 ‘말하지 않아도 아는’ 장르가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 설명이 과하다.

장르문학 작품의 배경은 크게 나누자면 네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중세 판타지, 무협, 현대, 그 외의 ‘설명이 필요한’ 세계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닌 대부분의 SF는 네 번째에 속한다.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꽤나 밀접하게, 다른 작품들, 그리고 그 다른 작품들이 모여 형성한 경향과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그럴 듯하게 말해보자면, ‘우리는 문화를 소비한다.’ 독특함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꼭 장점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독특함은 장점이 아니다. 좋은 의미에서 쓰였을 때 독특하다고 하지, 대부분의 경우 낯설다, 어색하다, 조잡하다 등등의 말로 격하 당한다.

모든 작가가 반지의 제왕 같은 걸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세계관은 대체로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고 탄탄해보이지도 않는다. 반면 충분히 익숙한 세계관에 기대어 창작을 한다면 그 세계관은 어지간해서는 괜찮아 보인다. 익숙하면 딱히 결점이 눈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래곤이 인류 문명의 역사보다 오래 산다는 것을 지적하며 투덜대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팀펑크 장르는, 벌거벗고 전장에 나선 것과 다름없다. 어떤 작품이든 한국 독자를 상대로는 핸디캡을 안고 읽힌다. 이게 심하면 스팀펑크를 좋아하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안 읽게 되는 장르가 된다.

 

정리하자면,

그렇다고 스팀펑크를 쓰지 말자는 건 아니고, 다만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고철 심장과 저주받은 자는 그 핸디캡을, 소위 말해 ‘씹어 먹는’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점을 제외하고 보면, 하드보일드한 느낌이 나쁘지 않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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