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휘〮기픈〮남ᄀᆞᆫ〮ᄇᆞᄅᆞ매〮아니〮뮐〯ᄊᆡ〮。곶됴〯코〮여름〮하〮ᄂᆞ니〮 공모(감상)

대상작품: 청춘 환상 검무곡 (靑春幻想劍舞曲) (작가: 무강,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3일전, 조회 30

불휘〮기픈〮남ᄀᆞᆫ〮ᄇᆞᄅᆞ매〮아니〮뮐〯ᄊᆡ〮。곶됴〯코〮여름〮하〮ᄂᆞ니〮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센 바람에도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목차

1. 메타적 고찰

2. 서사적 고찰

 

 

 

 

 

 

 

1. 메타적 고찰

 

(p.32) 온천을 나서면서 또 한 번 흘깃 소녀를 보았다. 여전히 검은 피부의 두 노인 사이에서 보호를 받으며 보물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으로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그 소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아주 좋은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소녀를 마음속의 비밀 상자에 몰래 숨겨두었다.

(p.34) 나도 모르게 거울 속의 소녀를 향해 웃어보였다. 소녀는 전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쓱 일어나 느긋하게 커튼 뒤의 응접실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미소녀(美少女)』 (1939)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년~1948년) 작가의 『미소녀(美少女)』 (1939)에서 소녀의 몸을 보는 시각적 행위는 시각의 감각으로 표출되는 성적 욕망의 표현이 아니라, 소녀의 몸을 ‘나’의 삶과 존재의 의미로까지 사유를 확장하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마찬가지로, 무강 작가의 <청춘환상검무곡>에서는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일상과 비일상이, 칼날과 마음이 엇갈리는 소녀들의 청춘 무협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대한민국 항구도시 부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소설의 지역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사람들에게 있어서 바다라는 환경적 조건은 외침이라는 역사적 사건들과 연관이 됩니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임진왜란(壬辰倭亂)에 일본이 조선을 침입하여 부산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를 침공하였고, 동래읍성전투 때 동래 부사 송상현(宋象賢, 1551년~1592년)의 군사와 일본 무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5년~1600년)의 군사가 동래 읍성에서 전투를 펼쳤고,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휴전 성립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지속된 6·25 전쟁 동안 부산은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 기능하였습니다.

지역이면서 대도시인 부산의 특별한 정체성을 드러낸 <청춘환상검무곡>은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 장르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자주 묘사되는 서울, 도쿄, 뉴욕, 런던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대에 들어와서 웹소설은 종이책 소설과 더불어 ‘문학 매체’의 주류적 지위를 양분하는 매체가 되었습니다.  AI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왔고, 인공지능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의 진보로 인해서 한국어 문학연구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어 연구 및 한국문학 연구자들의 연구기반과 인공지능의 영역이 겹칩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창작과 예술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는데,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음악, 미술, 문예, 영상예술 분야에 빠르게 침투하였습니다. 때문에, 작가를 생성형 AI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고용안정성에 대한 위협과 불안으로 인해 2023년 5월 2일부터 9월 27일까지 미국 작가 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WGA)이 파업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되고 발전되어도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걸대류 비교 말뭉치

知他/ 那話怎敢說/ 天可憐見/ 身己安樂時/ 也到/

모로리로다 그 마엇디 니리오 하히 어엿비 너기샤 모미 편안면 가리라〈번역노걸대 상:2a〉

모로리로다 그 말을 엇디 니리오 하이 어엿비 너기샤 몸이 편안면 가리라〈노걸대언해 상:2a〉

모로리로다 그 말을 엇디 니리오 하이 어엿비 너기샤 몸이 편안면 가리라〈노걸대언해(평) 상, 2a〉

모로리로다 그 말을 엇지 니리 하이 어엿비 너겨 몸이 平安면 가리라〈몽어노걸대 1, 2b〉

모르겠구나. 그 말을 어찌 하겠는가? 하늘이 가련하게 여기시어 몸이 편안하면 갈 수 있을 것이다.〈현대어〉

 

 

 

학술DB를 구축하여 문학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컴퓨터가 텍스트를 가공, 처리,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자료의 집합을 말뭉치라고 하는데, 작게는 시집 한 권이나 소설 한 권으로부터 수천만 어절 이상의 말 또는 글을 모두 말뭉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의 집합체를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도 있고, 인공지능이 말뭉치를 기반으로 글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에게 위기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국적, 사회적 신분, 언어적 장벽, 종교, 나이, 성별을 넘어서 누구나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고 인공지능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응용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춘환상검무곡>으로 돌아가자면, 현재 브릿G에 업로드된 장편소설로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웹소설입니다. 독자들이 댓글을 달고 별점을 주고 편집부는 추천을 줍니다. 이러한 소통은 무강 작가님께서 <청춘환상검무곡>이라는 작품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사람들만이 작가로 인정받고, 특정한 작품들만이 소설로 인정받는 폐쇄적인 문단계에서는 구현되기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브릿G가 구현한 시스템처럼, 인공지능이 구현하게 될 새로운 시스템은 더 많은, 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2. 서사적 고찰

 

(p. 44) 칼날처럼 날카로운 꽃잎들이, 소리조차 없이 검풍을 따라 달래의 살갗을 찢고 지나간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꽃’이라는 초월적 심상에 의해, 현실이 왜곡되어버린 것이다.

(p. 45) “아무리 붉은 꽃이라고 해도 열흘이면 지는 법.”

(p. 46) 겨우 버티고 있는 달래를 쳐다보며, 나리가 읊조린다.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태도로, 엄숙하게 꾸짖듯이 말이다.

(p. 47) “봄날이란 그런 거지. 좋은 건 고작 한 순간인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

(p. 48)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리는 목검을 높이 들어올린다. 그리고 한 바퀴 크게 휘돌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날카로운 꽃잎들을 쏟아 보낸다.

(p. 49) 서천꽃밭 꽃놀이

(p. 5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p. 51) 마치 계절이 지나 떨어지는 꽃잎처럼, 꽃잎이 도도히 느리게 날아간다. 그러나 질량과 속도는 이 세계에서는 그저 의미가 없다. 누구의 의지가 더 강한가, 누구의 심상이 더 뚜렷한가의 싸움일 뿐이다.

 

무강, <청춘환상검무곡>, 최종장(最終章) : 산에는 꽃이 – 5

 

무강 작가의 <청춘환상검무곡>을 1회차부터 45회차까지 전부 읽고나서 작품의 서사에 대하여 고찰하게 되었습니다. 무강 작가의 <청춘환상검무곡>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습합한 한국문학입니다. 무협, 어반 판타지, 백합이라는 장르적 소재는 언뜻 외래적이지만, 작품을 끝까지 읽어본 저는 무강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의미와 은유는 한국적인 색채로 조형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국어교과 수업을 이수한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청춘환상검무곡>에서 의미있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패러디의 형태로, 메타포의 형태로, 순문학의 소재들이 <청춘환상검무곡> 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장르소설의 소재들도 적극적으로 응용하고 있습니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나스 키노코의 <공의 경계>, 나리타 료우고의 <듀라라라!!>, 오트슨의 <미얄의 추천>에서 영감을 받은 무강 작가는 소년만화의 전투, 게임, 모험, 액션, 성장 등의 테마를 <청춘환상검무곡>으로 가져왔습니다. 단지, 주인공이 소년(남성)에서 소녀(여성)으로 변했을 뿐입니다.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대체로 로맨스, 순정, 우정, 코미디, 판타지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요즘엔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소녀만화, 여성향작품들도 많습니다. 수동적인 여성상을 싫어하는 독자들도 많고요. <청춘환상검무곡>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느껴진 점이라면, 소녀 주인공들이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억압이 존재하지 않아서 신기했습니다. 여성 작가가 소녀를 주인공으로 창작하는 작품들에서 묘사되는, 소녀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어쩌면 여성 작가가 직접 겪어본) 사회적인 압박, 불평등한 성역할, (심한 경우엔) 소녀 캐릭터가 착취와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일절 묘사되지 않아서 신선했습니다.

 

(p. 46) 두루뭉술하지만 충분한 대답인 것 같다. 나는 마지막으로 산새를 쳐다보았다. 근데 산새는 왠지 미묘한 표정이다. 왜지? 뭔가 바라던 대답을 못 들은 걸까? 마치 기대 이상의 대답을 들었다는 표정 같기도 하다.

(p. 47) “난 그냥 바다 왔으니까 뭐할 거냐고 물어본 거였는데 ··· ···.”

(p. 48) 아. 잠깐의 정적 끝에,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웃어버렸다. 별안간 터져버린 폭소와 함께, 달래가 우리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p. 49) “그래 바다까지 왔는데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먹을까?”

(p. 50) “그러고 보니까 전에 저녁 먹기로 했을 때, 뭐 먹자고 안 했었어?”

(p. 51) 내가 물었다. 그 지하철에서, 결계에 가둬지기 직전에 저녁 뭐 먹을까 하고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그날 저녁 못 먹고 흐지부지되었는데, 대체 나 없는 동안 뭐 먹자고 했을까.

(p. 52) “아, 그거. 말이지  ··· ···.”

(p. 53) 별안간 바닷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머리카락을 몇 차례 쓰다듬고 지나간다. 보통이라면 이것보다 좀 더 거센 바람이 불기 마련이지만, 따뜻한 봄날이라서 그런가 오늘따라 바람이 좀 선선한 것 같다.

(p. 54) “사실 결정 안 했어.”

 

무강, <청춘환상검무곡>, 후일담(後日談) : 소녀와 바다

 

남성 작가가 묘사하는 소녀 캐릭터는 성적인 대상으로 투영되고 왜곡되어서 몹시 기괴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무강 작가가 소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묘사한 <청춘환상검무곡>은 인생의 젊은시절인 ‘청춘’에 주목한 점이 인상 깊습니다. <청춘환상검무곡>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솔직하고, 결핍과 아픔이 없는 캐릭터로 조형되어 있습니다. <청춘환상검무곡>을 완독하게 되어서 창작자로서 반성적인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앞으로 소녀 캐릭터를 묘사할 때, 더 주의깊게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아니하고, 꽃과 열매를 맺습니다. 창작자로서 저에게도 상당한 울림을 준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리뷰를 쓸 수 있게 허락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이만 31매의 리뷰글을 마치겠습니다. 좋은 소설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난네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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