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낭떠러지에 밀린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가? 감상

대상작품: 특별전형 (작가: 냠키, 작품정보)
리뷰어: 글풍풍이, 3일전, 조회 9

핸드폰이 울리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수능시험 도중 퇴실조치된 성아. 그녀의 절친인 도연과 쌍둥이 자매인 수아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징검다리 특별전형에 응시하기로 한다. 특별전형은 단순히 교과 과정을 검증하는 시험이 아닌 룰만 지켜 어떻게든 타인을 이기고 올라가야 하는 서바이벌로, 최후의 50인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기상천외한 시험이었다. 진학을 위해 속고 속이는 경쟁이 시작되고, 그 속에서 숨겨졌던 성아, 수아와 도연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

아주 게으르게 요약하자면 고3 버전 ‘오징어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소재인 대한민국 입시를 주요 뼈대로 하여 학교에서의 갈등, 학교 내 괴롭힘, 성적만능주의로 인한 극도의 입시 스트레스가 이야기 전반에 깔려있고 갈등의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 역시 직간접적으로 우리들이 겪거나 보았을 인물들을 배치하여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주최측에 관한 이야기를 넣어 이 문제를 메타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보며 극한으로 몰아붙여진 인물들의 반응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사회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갈등 요소와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봤을 인물들이 자연스레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특별전형’도 유사한 강점을 가집니다. 그들의 절박함에 공감하고 자연스레 응원하게 됩니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토너먼트식 구조로, 흔히 말하는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같은 소년만화에서 주로 나오는 연속 대전 형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등/대전 A가 있고 이를 통과하면 더 강한 상대, 더 사연이 있는 상대가 나오게 되고 어찌어찌 갈등/대전 B를 통과하면 다음 사연자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평범한 구성이고 한국 입시 문제의 축소판으로 이야기를 짜기 위해 등장인물들도 대체적으로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인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럼 무엇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까요? 바로 게임입니다.

구전으로 전래된 게임을 모티브로 한 게임들은 창의적이면서도 익숙하고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전략적인 요소가 많이 녹여져 있습니다. 유사한 컨텐츠들이 많은데, 앞서 말씀드린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그 유명한 ‘도박묵시록 카이지’ 같은 훌륭한 작품들과 비슷한거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영상화를 통해 갈등과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것과 텍스트로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것은 꽤 다른데, 단순히 상황적인 연출이나 묘사가 아닌 논리적이고 룰적인 부분으로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해 고생하신 것 같습니다. 또 너무 어렵지 않지만 흥미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을 적절한 난이도의 게임들을 배치한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도연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라고 궁금해하며 그녀와 함께 고민하게 되고 중간 중간 교차되는 조연들의 고민들도 굉장히 만화적인 연출 같아서 시각적인 구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게 다 작가의 의도일텐데, 의도한대로 독자들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가이드가 정말 잘 되어있고  그 파훼법을 깨달았을 때 주는 통쾌함, 시원함 그리고 납득되는 정도도 너무 적절했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주연인 도연, 성아, 수아에 감정적으로 다가갈 포인트가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성아와 수아는 작품의 줄기에 해당하는 미스터리와 갈등요소를 위해 ‘배치’된 느낌이 있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도연이 고민하는 장면이 많지 않고, 특히 첫번째 경연에서 큰 부연 설명 없이 빌런의 위치로 가는 것이 흥미로웠지만 피카레스크라고 부르기엔 도연만의 기준이 명확하고 큰 고민이 없어보이는(정확히는 고민에 대한 묘사가 적은)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너무 먼치킨이랄까요. 물론 요새는 그게 트렌드이지만요. :)

글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룰’과 ‘기준’에 굉장히 업격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과 거짓의 이분법이 명확하달까요. 그런면에서 한국의 입시 지옥을 도식화해놓은, 조그마한 디오라마나 비디오 게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연이 후반부터 ‘거짓’에 대한 고민을 성아와 나누는 씬이 있는데 그 지점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지는 수작입니다.  집필 응원합니다.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