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만세, 엘리자베스>라는 제목을 봐서는 어떤 작품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습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로봇청소기가 되어있었다’는 작품 설명을 보고서야,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기도 했고 작품을 읽기 전부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지요. 도대체 왜 로봇청소기가 되었을지, 그리고 내가 로봇청소기가 되었다면 인간으로서의 나의 존재는 과연 어떻게 된 것인지 하고 말이죠. 그리고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제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분위기는 작품의 흡입력을 높이더라구요.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의 하나의 가전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니, 섬뜩한 시작이지만 어쩐지 작품 초반에는 출근 걱정부터 하는 주인공인 주은의 반응때문인지 귀여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벌레가 되어버린 카프카의 그레고르보다는 로봇청소기 편이 좀 더 상상하는데 부담이 없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그저 ‘내가 과연 눈을 떠보니 로봇청소기가 되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지만, 이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작품의 장르가 SF가 아닌 호러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처음에는 인간인 주은의 지시와 교육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청소기 엘리자베스였지만, 어느 순간 인간인 것처럼 자신만의 성격과 네트워크를 구축해가는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정말 이대로 로봇청소기가 인간인 나를 대체하게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며 단지 소설일뿐인데도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인간인 나를 대체하는 기계라는 관점에서 읽다보니, 소설에서 나타내고 있는 비유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실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처음에는 그저 인간이 알려주고 입력해준 것만을 토대로 세계관을 구축해가던 인공지능도 머신러닝을 통해 더 많은 세계를 알아가게 되며 결국 인간의 직업과 세계를 정복해가는 것이 아닐까 했던 4차 산업시대에서의 막연한 불안감이 실제 현실이 된다면 마치 주은과 엘리자베스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그저 한 편의 소설로만 읽히지 않고 현실에 밀접하게 느껴지고 그만큼 더 무섭게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이 소설이 SF로 분류되는 것이 아닌, 현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소설처럼 보이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기승전결, 소설의 처음부터 중간, 끝까지 어디 하나 놓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던 소설입니다. 장르 자체는 SF소설이지만, 어느 순간은 호러 장르 같기도 하고 히어로물 같기도 하고.. 결말까지도 완벽했다, 하며 속으로 박수를 치며 끝냈던 소설입니다. 재밌게 잘 읽은 소설인만큼,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