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저는 냉장고입니다. 쓰레기장이며, 발전소이기도 하지요”라고 시작하는 소설의 첫 문장.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생물이 아닌 컴퓨터, 인공지능이죠. 하지만 이 소설은 SF이자 로맨스 장르에 가까웠습니다.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부여하고 그들을 사랑하도록 하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자주 다루는 소재이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인공지능인 에테르나의 경애로운 마음은 특히 더욱 아름답게도 더 절절하게도 느껴졌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보관고이자 소각로인 ‘에테르나’. 그리고 이 전체를 통제하는 인공지능 에테르나. 그, 그녀는 애초부터 축복 속에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의식이 심어졌으면서도 에테르나를 만들어내는 인간들은 긴 공사 기간동안 자신들의 시간을 앗아가는 에테르나를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런 인간들을 밉게만 볼수도 없었던 것이 에테르나가 있는 우주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가는 바깥의 시간은 너무나도 차이가 있어, 그들이 에테르나에 머무는 1년은 그들이 있던 바깥에서는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었기에 그들이 에테르나에 온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는, 자신들의 의식적인 죽음에 가까운 것이었죠. 마치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버림받는 아이처럼 에테르나는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토록 외롭게 태어난 에테르나는 이후로도 한참동안을 외로움에 살았지만, 그 유장한 세월 속에 단 한 사람의 조종사를 만나게 되지요.
애정을 갈구하는 이는 작은 친절에도 갑작스럽고 큰 사랑을 느끼는 것과 같이 에테르나 또한 그 조종사에게 아주 단시간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대부분 이러한 사랑의 결말은 좋게 끝나지 않기에 에테르나의 이런 마음은 응원해주고 싶기보다는 말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종사가 보관하는 물품(?)들도 미심쩍었고, 그의 직업도 의심스러웠고 어느 순간 에테르나의 마음을 배신하고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불안 함이 있었죠. 하지만 독자인 저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에테르나는 그저 온전히 그를 있는 그대로 믿고 사랑했고, 순수하게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을 미워했던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했듯이,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말이죠. 이 소설의 결말은 그런 에테르나의 순수하면서도 절절하고 열정적인 마음을 배신하지 않은 결말인 것 같아서 어쩐지 더 짠하고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읽게 된 이 소설은 저에게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소설이었지요.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에 읽기 참 좋은, SF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