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 베로니카에게 어느날 귀족 소년이 찾아와 늑대를 길들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보통의 늑대가 아닌 마력이 깃든 수정의 영향을 받은 늑대는 결국 주인을 물어 죽이고 도망쳐버리는데,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베로니카는 장벽을 넘어갑니다. 주인공을 장벽 너머에서 맞이한 것은 5구의 미지근한 주검이었습니다. 추적자를 가까스로 물리친 데일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드디어 마주한 늑대를, 베로니카는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깔끔하게 처리합니다. 과연 장벽 너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베로니카의 몇주 간의 여정을 진득한 묘사와 짧은 대화로 몰입감 있게 풀어가며 진행합니다. 글을 읽는 동안 피비린내가 섞인 매마른 바람이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수정, 장벽, 추격자 등의 소재와 주인공의 사연을 따로 풀어 설명해주지 않는데, 이는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함께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독자의 호응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다층적인 케릭터 구축을 통한 소설의 구심점을 확보가 그것이 아닐까 합니다. 베로니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케릭터는 제멋대로이지만 어느정도 정해진 룰은 지키는 편이고, 매정해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렇게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베로니카의 특징은 설명되는 것이 아닌 그녀가 처한 상황, 데일과의 짧은 소통을 통해 자연스레 보여집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대하게 되고 궁금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엮으면 흥미로운 세계관에서 자연스레 살아 숨쉬는 인물들로 채워진 하나의 훌륭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거대한 이야기의 프롤로그, 혹은 선별된 몇 페이지라는 생각이 들자 단편 이상의 기대감이 생깁니다. 베로니카는 어떤 인물이고, 장벽은 어떤 이유로 생겼고 왜 장벽 너머로 가면 안되는지 언젠간 다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님의 흡입력있는 글 잘 읽었고, 작가님의 나머지 단편들을 읽으며 또 상상의 세계를 탐험하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