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이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또 세계 어디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은 미신에 관한 책에서도 유럽 사람은 온갖 괴물들 중에서도 마녀를 가장 두려워 했는데, 그 이유는 사람과 구별할 수 없어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읽은 얘기가 있습니다.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 냉큼 답하는 건 사람을 해치고 싶어서 안달난 악귀밖에 없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나와 그 사람을 아는 사람 앞에서 손뼉을 두 번 치고 아래 문장을 말하는 건, 확실히 손쉬워 보입니다.
“아가씨가 그러는데, 나랑 그 사람이랑 사귄다더라.”
하지만 이런 게 무슨 의식이고 주문이겠어요? 부서 간 합동 회식에서 만나 따로 이야기하게 된 윤정 씨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간단하면 한 번 쯤은 해 봐도 괜찮지 않겠어요? 실패해도 잠깐 망신이고, 성공하면 좋은 일인데요.
그래서 의식과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이름인 ‘코코 포리고리’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성공하죠.
윤정 씨의 얘기가 끝났을 때, 앞서 화자가 한 얘기 때문에 장르가 호러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철렁하긴 했지만, 어쨌든 해주하고 제대로 사과도 했잖아요. 비록 예전 그대로 돌아갈 순 없어도 이만하면 다행이지 않겠어요? 겉보기엔 사이 좋은 한 쌍 같은 두 사람이 서로 기억하지도 못하는 시간을 망가진 채 보내는 것보다는요.
그렇지만 취한 화자가 안 취한 저보다 명석하게 거짓을 알아챕니다. 그래도 전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라는 슬픈 기색에서 어느 정도 예감은 했지만, 마지막 문장은 역시 글로 볼 때 오는 충격이 있어서 얼얼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지훈 씨의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사실 모르는 사람인데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상황은 지금 상황과 비슷한 구석이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며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면 이야기 말고도 더 많은 걸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지만 이것도 또다시 잊어 버리겠지요. 윤정 씨의 말대로, 아예 호감이 없던 건 아니라서 더 슬픈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