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튜브든 구글이든 개인정보 수집 설정을 끌 수 있다면 모두 꺼 두는 편입니다. 맞춤형 추천은 물론 편리하고 취향에 맞아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너무 편향된 얘기만 보게 될 것 같고 제가 뭘 했는지 남이 아는 게 찝찝한 탓도 있습니다. 살 물건을 한 번 검색했는데 검색해서 들어간 모든 사이트에서 관련 광고를 띄우는 걸 보고 있노라면 감시받는 기분도 듭니다. 그냥 제가 개인정보를 허용했고 광고사에게 돈을 받은 회사는 그걸 이용했을 뿐이지, 거기엔 어떤 악의도 없는데 말이죠.
알고리즘 자체는 무섭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일견 기괴하게 보여도, 여하튼 이건 단순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기술의 일종이니까요. 어떤 계산 끝에 무슨 결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런 건 옆사람한테 뜬금없는 질문만 해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무서운 건,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요. 까만 화면은 그 너머에 있는 게 누구인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의 실감 나는 비명만 들리고, 실시간 스트리밍에 접속한 수많은 사람 중 누구도 이 상황에 당황하긴커녕 반응조차 안 하죠.
이때 가만히 있었다면 괜찮았을까요? 이미 저질렀고, 그러고도 잠들었고, 그리고 다시 그 영상이 표시되었는데도, 까만 화면처럼 깜깜해진 눈앞으로는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처음에는 단지, 계절에 비해 날이 너무 더워서 조금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요.
수요일에 재밌게 본 무서운 이야기 채널의 영상이 목요일, 금요일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몸집을 부풀려 가는 공포가 깔끔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른 소설이 영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재밌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