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에서 방문해 온 지구인이 소개한 탕수육 요리법은 다른 세계인 하이만 대륙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여기까지는 나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식문화를 나눈다는 것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요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도 새로운 식자재와 요리 방법, 향신료를 소개받고 맛보고
주위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음식문화는 한 사회 또는 집단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식생활의 양식.
어떤 식품을 어떤 방법으로 조리, 가공하여 어떻게 먹는가 하는 여러 가지 측면이 포함되어
있기에 前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이종미 교수는
‘음식문화란 한 민족의 음식과 관련한 역사를 바로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라고 하였습니다.
국가 간의 상호이해와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도모하는 국가행사가 외교인 만큼 자국 문화를
소개하는데 앞서 타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법인데 부르마크 제7왕자는 입지적 초초함
때문인지 지크 왕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큰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고 맙니다.
부먹식 ‘부르마크 왕국 조리법’으로 아무리 맛있는 최신 스타일 유행 탕수육이 대접 된다 한들
지크 왕국의 지리적, 정치적 상황과 선왕 지크9세의 죽음이 얽혀있는 요리라면 환영받을 수
없겠지요. 이미 안다고 말해버린 상태에서 이 요리는 심각한 모욕입니다.
이 사절로 갔던 부르마크 왕자의 죽음은 국가적으로 큰일이겠지만 국가 대전이 벌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탕수육 먹는 방법이라니 이건 그냥 핑계일 뿐이죠.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라예보 사건보다는 달걀 깨는 법을 통일시키려고 싸운 소인국들 이야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이요.
달걀은 깨는 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깨는 방법으로 싸우는 틈에 방법이야 어찌됐건 달걀을
많이 챙기는 것이 중요한 법이니 부먹파와 찍먹파를 이간질해 탕수육 전쟁을 만든 이들도 몰래
많은 반사이익을 챙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역사학자의 분석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제7왕자 상태나 국제정세로 보아 탕수육이
없었더라도 늦으나 이르나 다른 계기로 분란의 시대는 오지 않았을까 해요.
탕수육은 언제나 옳습니다. 먹는 방법에 ‘틀린’ 것은 없어요. 그냥 ‘다른’ 거지요.
장미 전쟁에서 장미에 죄가 없듯이 탕수육 전쟁에서 탕수육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다는 사실 밖에 없습니다.
어리석고 악한 인간들이 하는 짓이라는 게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 이름 뒤에 전쟁을 붙이는 것이라니
너무 잔인한 일이에요.
하지만 언제나처럼 지혜로운 이들은 나타나고 기술의 발전이 해결책을 만들어 낼 겁니다.
우리들이 사는 세계도 ‘틀림’ 없이 ‘다름’을 인정하는,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걸로 싸우지 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