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단편을 읽고 가장 먼저 영화 극한직업의 명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닥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왜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건데!“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 소설의 주인공 김항항은 IT기업의 디자이너입니다. 본인의 말처럼 회사 잡부로서 클라이언트의 끊임없는 수정요청을 받고 또 받고 야근을 하고 또 하는 생활을 반복했겠죠. 김항항은 무당이 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본인이 직접 부적을 만듭니다. 무당이 아닌 일반인이 만들어서는 크게 효과를 볼 수 없는 부적이지만, 김항항은 보통 일반인이 아니죠. 수정과 야근에 도가 튼 그는 대한민국의 노예 잡부 아니,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만든 부적은 어쩌면 무당이 만든 그것보다 더 효험있을지도 모르죠.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극에 달하면 예술이 됩니다.
”왜 이렇게 효험이 좋은건데!“
층간소음을 당하는 피해자의 시점으로 쓴 이 소설은 중간중간 위트가 돋보입니다. 이 소설을 뒤에 반전만 믿고 점잖게 분위기 잡고 썼다가는 지금과 같은 흡인력을 가지지는 못 했을 겁니다. 반전만큼이나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장이 이 소설의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소설은 스토리보다 스토리텔링입니다.
인터뷰를 보니 이 작품과 그 다음 작품을 보고 편집부에서 연작 시리즈 제안을 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법합니다. 저조차도 이 단편을 보고 연작을 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김항항의 다음 활약이 절로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평범하지만 끌리는 캐릭터입니다.
덧)조금 쓸데 없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503호 남자가 그것과 어울리게 된 전사도 궁금해집니다. 외로웠던거겠죠.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실체도 없는 잡귀에 홀려 비참한 최후를.. 또 그렇게 생각하니 김항항이 그에 비해 얼마나 씩씩하고 명랑하게 혼자 살아나가고 있는지 대비가 됩니다. 곱씹어도 매력있는 귀여운 캐릭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