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법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단순히 괴담 이야기라기보다 가스라이팅에 관한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여자가 회사 사람들을 전부 가스라이팅한 이야기죠.
가령 내가 어느날 회사에 출근했는데 동료 중에 하나가 그러는 겁니다. 너 A한테 돈 갚았냐고. 내가 코웃음 치자 옆에 있는 여직원이 그럽니다. A한테 돈 갚으라고. 내가 무슨 미친 수작들이냐고 큰 소리 치면 옆에 있는 박 부장이 그러는 겁니다. A씨한테 돈 갚으라고. 저는 점심시간에도, 휴게실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그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A한테 돈 갚으라고. 그럼 결국 저는 그렇게 생각할 거 같아요. A한테 내가 얼마를 빌렸더라?
이 여자도 똑같은 수를 쓴 겁니다. 지훈의 주변 사람들을 전부 가스 라이팅 했습니다. 그리고 가스 라이팅 당한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지훈은 처음엔 부인하지만 결국엔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나 그 여자랑 사귀네. (종영한 모 예능에서 한 연예인이 했던 명 대사가 떠오릅니다.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정치인들도 흔히 쓰는 수법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는 이야기잖아요. 가짜 헤드라인을 100번 넘게 반복하면 몇몇은 결국엔 그 가짜뉴스를 믿게 되는 것처럼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어보았자 그에겐 무엇이 남을까요? 이 여자처럼 씁쓸한 뒷맛만 남을겁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라! 이 말은 틀렸죠. 목표를 못 이루더라도 수단과 방법은 가려야 합니다. 이 작품을 읽고 저는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덧)저는 이야기 초반에 나오는 농구용병귀신(?)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이야기 때문에 지훈과 대화하고 있는 여자가 실은 귀신이 아닐까 내내 의심하면서 보기도 했고요. (이게 만약 작가님이 의도한 맥거핀으로서의 기능이였다면 적어도 저한테는 제대로 먹혔습니다.) 그 농구귀신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팀이 없어서 인간 둘을 포섭해 농구 한게임 하고 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