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신라면 비평

대상작품: 하늘 높이 날아봐, 베로니카 – 1 (작가: Clouidy,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7년 7월, 조회 52

별로 맛있을 것 같지 않을 음식 두 개를 합쳐서 괜찮은 퀄리티의 퓨전 요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청국장 명란젓 파스타 등이 그러하다. 그렇지만 모든 퓨전 음식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초콜릿도 좋아하고 신라면도 좋아하지만, 그 두 개를 굳이 섞고 싶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꾸만 초콜릿 신라면이 떠올랐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이 대단히 일반적인 SF라는 점이다. 모로 봐도 그러하다. 일반적이라는 것은 모든 예측 가능하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단조로워진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미리 정해놓은 듯이 대화를 나눈다. 캐릭터 역시 몹시 단조롭다. SF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주를 동경하는 소녀’ 그리고 그녀를 우주로 데려다줄 남자. 건담에서도 이런 스탠스를 본 거 같다.

우리의 주인공 베로니카는 초반에 남자애를 두들겨 팬 것으로 나온다. 수틀리면 강단 있게 패는 여성인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십분 살려서 캐릭터를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우주로 안 데려간다는 남자를 몇 대 때려준다거나….) 남자의 캐릭터도 밋밋하다. 그냥 착한 녀석일 뿐이다. 차라리 얘도 악질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어땠을까. 마치 한 솔로처럼 말이다! 하여튼 메인 캐릭터 두 사람이 밍숭맹숭하다보니 스토리도 빛나질 않는다.

초콜릿 신라면이라고 부른 까닭은, SF배경인 주제에 자꾸 서울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작법론에서 가상 공간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소개되는 것은 실제 지역에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경기도 화양시라던가, 강원도 세령댐 같은 식으로 말이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실재하지만, 화양시와 세령댐은 모두 정유정 작가의 상상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SF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로망으로 점철된 장르(라고 나는 주장한)다. 때문에 현실성에서 멀수록 오히려 현실적이게 된다. 타투인이나 자쿠 행성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내 머리는 마 사라 같은 척박한 행성을 떠올리는데, 자꾸만 서울이 튀어나와 내 상상 속 우주를 휘저어놓으니 이것 참 거식하다. 유명한 우주적 거대 도시의 이름이 반드시 서울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리플리 알파 행성 같은 명칭이 훨씬 SF스럽지 않을까?

읽으면서 여러모로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지만 어린왕자처럼 잘 쓰여지지는 않았다(시대의 역작과 비교하는 것은 옳지 못한가?). 조금 더 파격적인 설정을 도입하여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듯 느껴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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