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강렬한 강가에서 감상

대상작품: 여름, 강가 (작가: 김이겸, 작품정보)
리뷰어: 조나단, 17년 7월, 조회 50

예전에 로저 젤라즈니 단편집을 읽으면서 어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사와 SF적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제게는 낯선 이미지와 상징을 보여주는 작품들 때문이었죠. 이게 SF야 판타지야, 하는 혼란스런. 나중에 <신들의 사회>를 읽은 뒤에야 그를 왜 신화적 상징의 작가라고 하는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의 작품들에서 낯선 풍경과 상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게 됐고요.

<여름, 강가> 역시 그런 낯선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자의 시선으로 어느 죽어가는 남자를 묘사합니다. 징글징글하게요. 그 묘사에는 어떤 치열한 힘으로 가득 차 있고, 어느새 독자의 상상력을 강렬한 이미지들로 채우게 만듭니다.

 

작품소개에서 드러난 것처럼 남자는 ‘억울한’ 죽임을 당한 남자이고, 그 강렬한 죽음에서 일어나 복수를 꿈꿉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화자의 관조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켜보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남자의 치열한 죽임 과정과 이어지는 그의 억울함의 왜곡된 묘사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가 되지요. 단순한 이야기라도 작가가 어떤 관점에서 시도하느냐에 따라, 그 단순한 이야기가 얼마나 신선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강렬함과 힘으로 무장한 작품입니다. 읽는 내내 그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여운 역시 오래도록 남습니다. 그것들 때문에 독자들은 ‘좋은’ 작품을 찾아 읽는 것이지요.

 

작가의 다른 작품 <게으른 인생>을 인상적으로 읽으신 분들은(당연히 처음 읽으시는 분들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품 역시 에너지가 넘치고 브릿G의 히트작(?)이지만, 이 작품 역시 못지 않게 인상적이고 더 큰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이 더 좋습니다. <게으른 인생>은 다른 작가나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감흥을 찾을 수 있지만, <여름, 강가>는 ‘김이겸’이라는 작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힘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작가의 개성과 스타일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뜨거운 여름에, 강렬한 작품도 좋을 것 같아요. 일종의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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