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복수.
간단하게 말하자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개인의 힘으로 보복을 행한다고 보면 되겠다. 자식을 살해하고도 5년 형을 받은 살인범에게 피해자의 부모가 칼을 휘둘렀다거나,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히거나 하는 일 등이 모두 사적 복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분명히 죄를 지었는데 법으로 처벌할 수 없거나 혹은 법에 의거한 형량이 죄질에 비해 가벼워보이는 범죄 소식들 전해 들을 때면 사람들은 흔히들 ‘그냥 저 ×× 죽이고 감옥가도 무죄’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이 소설에서도 사적 복수가 주요 소재다. 보이스피싱이나 기획부동산같이 일반 시민들에게 커다란 소요를 불러올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 대상이며 이들을 처벌하는 집단은 ‘화형교’라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인 엽기적인 화형식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힌다. 그러나 상황은 기묘하게 흘러간다. 이들을 잡으려는 의지가 확실한 권 팀장을 제외하고 다른 경찰들도 그렇고 여론들도 이 처단자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 와중에 민서라는 추종자들을 모아 지리산 깊은 곳에서 훈련하며 ‘성전을 위한 전사’들을 육성한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으나 중간중간 눈에 띄는 오탈자들과 어색한 감정 흐름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중에 종종 집중이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 인물들의 감정선과 묘사를 좀더 부드럽게 다듬으면 훨씬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사적 복수를 허용해도 되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사적 복수에 회의적이다.
당장의 후련함과 악인을 처벌했다는 쾌감, 약한 사법을 대신하여 정의의 심판을 했다는 정의감 등은 당장 충족시킬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리라 보인다. 개인마다 도덕성과 판단기준이 다 다른데 사적 복수를 허용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수틀리면’ 린치를 가할 수 있는 무질서한 사회로 변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 전에, 범죄자들에게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충분한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충분한 논의와 고민이 선행되기를.
개인의 사적 복수가 어떻게 사회를 뒤집어놓는지 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