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치즈>는 무엇으로 되어 있는 걸까요?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어쨌든 치즈 (작가: 온오수, 작품정보)
리뷰어: 양모, 17년 6월, 조회 48

<어쨌든 치즈> 리뷰

 

내가 사는 아파트 벽에 곰팡이가 났다. 이것은 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벽에 곰팡이처럼 치즈가 났다. 이것은 듣는 순간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밌는 소재입니다.

 

어떻게 벽에 난 곰팡이가 치즈일 수 있어? 고르곤졸라 피칸테의 푸른 곰팡이는 곰팡이 자체가 치즈인게 아니라 치즈에 곰팡이가 난 것 뿐이라고. 벽에 푸른 곰팡이가 났는데 그게 치즈였다면 곧 벽 자체가 치즈였다는 건데,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뭐, 아예 치즈가 벽에서 새로 돋아난 거라고? 그럼 유분이 저절로 막 뿜어져 나온단 말이야? 벽에서? 대체 무슨 원리로? – 라는 말은 무의미합니다. 소설에서는, 설령 장르 판타지가 아니라 해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고골의 작품 ‘코’에서는 주인공의 코가 따로 떨어져나가서 주인공보다도 높은 계급의 공무원이 되어 밖을 돌아다니지요. 하루키의 작품 ‘도서관 기담’에는 사람을 사육해 뇌 척수를 빨아먹는 도서관이 나오고요. 그러니 벽에서 치즈가 자라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일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재를 통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 이거겠지요. 결국 소재는 주제를 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앞서 말한 ‘코’에서, 주인공에게서 떨어져나간 코가 마치 사람처럼 홀로 돌아다니는 것은 표면적 권위의 허무함을 말합니다. ‘도서관 기담’의 도서관은 독자에게 기괴하게 뒤틀린 현실을 보여주어 공포감을 전달하는 수단일 테고요. 그렇다면 이 <어쨌든 치즈>의 소재도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을 것입니다. 한 번 볼까요.

 

네, 집에서 치즈가 자라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때문에 집값이 오르게 되자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군요. 아마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인간들의 얄팍한 태도를 비판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비교적 뚜렷하게 보이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에서, ‘집에서 치즈가 자란다’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집값을 올려줬습니다. 사실 그 뿐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집에서 치즈가 자란다는 사실은 그 밖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우연한 계기로 인해 내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기만 한다면 이 이야기는 아무 문제 없이 기능할 것입니다. 중요한 서사는 ‘집값이 오르자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 니까요. 다만 재미가 없어지겠지요. 이 이야기의 재미는 집에서 치즈가 자란다는, 그 소재에서 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소설 <어쨌든 치즈>는 무엇으로 되어 있는 걸까요?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 하나로 되어있습니다. 주제는 소재와 따로 놀며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마도 <어쨌든 치즈>를 좋은 글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멋진 소재를 찾아내는 것은 틀림없이 작가의 중요한 소양 중 하나이며, 그런 면에서 <어쨌든 치즈>에서 드러난 작가의 소재 선택 능력은 분명 추후 다른 이야기를 쓸 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흥미로운 소재와 뚜렷한 주제가 긴밀하게 이어진 좋은 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해 봅니다.    2/12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