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태우고도 사라지지 않으려면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꽃불 – (상) (작가: 장아미, 작품정보)
리뷰어: 오메르타, 7월 8일, 조회 125

그녀가 모르는 것은 그 선물이 광명의 지배자에게서 나온 것인지 암흑의 지배자에게서 나온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쪽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안 지금, 그녀는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에 사로잡혔다. 마치 오랫동안 지고 다녔던 무거운 짐이 어깨에서 떨어져 나가기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스티븐 킹, 『캐리』

 

 

희는 갓뫼에 버려졌던 아이였어요. 하지만 버려졌다는 것은 희를 발견하고 주워다 키운 노파의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일 뿐이에요. ‘불길이 핥은 것처럼 살결이 불그스름한 남자아이’가 과연 화재 현장에 버려진 인간의 아이인지, 불의 산의 고목에 남아 있던 불씨가 인간으로 현현한 것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모를 일이죠.

화상과 영양 결핍으로 인한 희의 추한 외모는 뭇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침을 뱉게 했어요. 허기와 괄시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희가 술에 취한 청년들에게 얻어맞던 밤, 피리 악공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하멜른의 쥐잡이이자, 매혹적인 세이렌인데요. 그의 피리 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쥐처럼’ 숨어 살던 희가 아니라 희를 괴롭히던 방자한 자들이죠. 희의 정체를 알아본 피리 악공이 진경에 비친 희의 본모습을 보여주지만, 평생을 비참하게 살아온 희는 선뜻 믿지 못해요.

설화는 아버지가 두령인 무리에 희를 합류시키고, 자못 상냥하게 대해줘요. 그러나 또한 자신에게 의존하는 희를 꼬집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등 아무런 이유 없이 심술을 부리기도 하죠. 옆에 누운 희가 보든 말든 연인 홍이와 거적을 함께 덮고 서로의 벗은 몸을 탐닉하는 행위 역시 희를 백안시하는 괴롭힘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러한 진행은 마치 수지 스넬이 캐리 화이트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를 빌려주면서까지 캐리가 무도회에 참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내용과 같아요.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행동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큰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죠. 게다가 여기서 문을 잠그고 희를 가두는 것은 캐리가 아니라 설화 본인이거든요.

불이자 꽃으로 화한 희가 모든 것을 불살라 먹고 분노의 복수를 펼치는데, 그곳에 피리 악공이 등장합니다. 희의 상처와 고뇌를 어루만지고 보듬어 자신과 함께 할 것을 제안하죠.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불(희)과 소리(피리 악공)의 성질이에요. 둘 다 실질적인 형체가 없고, 마찬가지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를 필요로 하죠. 다만 불은 공기를 다 태워버린 후에는 스스로도 소멸해버리지만, 소리는 공기를 매개로 해서 멀리 퍼져나갈 수 있어요. 아주 아주 멀리까지도요.

이 작품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들인 왕비와 왕은 각각 물과 땅으로 이해됩니다. 불과 소리의 무형성을 내포한 희와 피리 악공과는 달리, 실질적인 형체가 있고 현실 세계의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지요. 세간에는 왕이 수신의 기운을 물려받았다는 소문이 있으나, 실상 마음속에 우물을 가진 사람은 왕비입니다. 화재로 도성이 불타오를 때 차분하게 필요한 조치를 지시할 줄 아는 인물이죠.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거나 가뭄이 들어 바스러질 때 틈을 메꾸고 비옥하게 되살리는 역할이고요. 망국의 기로에서 나라(땅)를 구할 수 있는 교훈 그 자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 모두의 사이에는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지요. 작중 인물들을 향한 작가님의 뜨거운 애정마저 느껴질 정도로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사랑이니까요.

감상을 띄엄띄엄 적다 보니, 이 리뷰 자체로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네요. 부디 작품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얼기설기 적어 놓은 리뷰를 알아들으시고 제 감상에 동의하시기를. 그리고 아직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장아미 작가님이 섬세하고 뜨겁게 빚어낸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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