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 선우 하나씩은 있잖아요? 감상

대상작품: 가상의 최애 (작가: 매미상과,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5시간 전, 조회 4

이 작품은 짧은 단편이고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투자로 이 정도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의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분명히 밝힐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저도 아이돌올 좋아합니다. 멋있고 예쁘고…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제게는 그들의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이, 그리고 제가 그들을 멍하니 보게 되는 그 순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멋진 소년, 소녀를 보며 기뻐한다기보다는 그들의 최고로 아름다웠던 순간을 응원하는 거라는 핑계를 대면서 열심히 보는 중입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최애가 가상의 존재에서 실제의 누군가로 바뀌었을 때 느끼게 되는 마음의 변화와 혼란에 대해 잘 표현된 재미있는 단편입니다. 유투브에 버츄어 BJ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겁니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그가 싫어지는 건 아주 쉽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바로 BJ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투브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구독 좋아요 혹은 가끔 약간의 현금이면 충분합니다. 구독이나 좋아요는 지속적인 관심의 표현이고 채팅에 현금을 얹거나 매월 보내는 프리미엄 회원료 같은 건 개인적인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팬 레터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창 아이돌 팬덤이 화려하고 강력할 시기에도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팬클럽 회장의 권력은 아이돌 그룹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강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최근의 팬덤은 조금 더 개인적이면서 약간 더 두꺼운 가면과 가벼운 창을 들게 된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의 최애 버튜어 아이돌인 선우가 자기 가게의 단골이 된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을 이룬 다거나 그 정보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이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최애와 자기 사이에 생긴 은밀한 비밀을 즐길 뿐입니다. 그러나 선우가 다른 마움을 품은 누군가에게 공개적인 협박을 당하고 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되자 그를 버리는 데도 큰 아쉬움을 갖지 않습니다. 최근의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의 특성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최근 콘텐츠 문화의 특징이라면 양질의 콘텐츠가 시간 단위로 쏟아진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매달릴 이유도 없습니다. 예전처럼 HOT 아니면 젝스키스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이틀이 멀다 하고 등장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모두가 아름답고 화려하며 재미있습니다. 굳이 선택의 폭을 좁혀야 할 이유가 소비자들에겐 없습니다.

이것은 시대의 문제도 아니고 무한히 이루어질 변화의 어느 지점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떤 재화가 소비자에게 소비됨으로써 그 가치가 끝나는 시대가 아닙니다. 소비자의 평가가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 평가가 전에 없던 새로운 재화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아이돌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 중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팬덤이 이렇지 않을까 추측됩니다만, 응원은 하지만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자신의 관심을 끌어줄 아름답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죠.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겠죠.

작품 내에서는 선우와 버츄어 그룹의 맴버들이 포장되어 내보내진 모습과 차이가 컸기 때문에 팬들이 실망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도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더 발전 중인 기술은 아마도 버츄어 아이돌의 본래 모습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현재도 목소리 빼고는 실제 모습을 알 수 없게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앞으로는 완전히 만들어진 아이돌이 시장을 장악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저런 사고나 논란이 없는 자신만의 최애를 원할 테니까 말이죠.

여러 독자 분들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의 단편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읽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그래도 한 번 더 추천을 드려봅니다. 멋진 풍경도 뛰어난 화가의 손길을 거치면 더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가상의 최애]는 한 번 읽어볼 만한 재미있는 단편이고, 최근 콘텐츠 문화의 세태에 대해 되짚어 볼만한 적절한 화두를 던져줍니다. 좋은 글을 쓰시는 작가님의 손을 거치니 뻔할 수 있는 주제가 멋진 이야기로 환골탈태한 느낌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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