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류사의 시점에서 ‘크리스마스’라는 풍습이 어떻게 이 세계에 남아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녀의 크리스마스에는 칠면조가 없다. 왜? 크리스마스는 마녀의 명절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답이 마녀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칠면조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원래의 의미가 변하거나 없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미를 유지하고 형식만이 바뀌어서 그 맥을 잇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마녀들에겐 ‘크리스마스’라는 문화는 없지만, 분명히 연말, 혹은 연초를 위한 문화 자체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구 8할이 한국과 일본, 아니면 사할린 일대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그들의 문화가 바로 사라지진 않는다. 우리 민족이 러시아 일대에서도 김치를 담근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마녀들 자체는 크리스마스 문화가 없더라도, 그 출신들이 모인 곳은 크리스마스의 풍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녀들은 칠면조를 먹지 않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칠면조가 글처럼 그리 맛있는 생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보편적으로 맛있는 생물은 아니다. 인류에겐 닭이라는 면적대비 높은 수율과 유용한 부산물까지 제공하는 존재가 있지 않은가. 칠면조는 닭고기에 비해 더 퍽퍽하고 질기다. 덩치도 크기 때문에 가공과 조리는 더욱 어렵다. 제대로 맛있게 먹기 위해서라면 글에 나온 것처럼 긴 시간을 들여서 안쪽까지 천천히 그렇기에 굳이 칠면조를 먹을 이유가 없다. 또한 육향이 닭보다 더욱 거칠고 냉동 해동 과정에서 닭보다 조직의 파괴가 일어나기 쉽다.
그렇다면 마치 소피의 말처럼, 김치찌개나 된장, 순두부찌개 같이 일상과 구별이 되지 않는 음식만이 남은 것일까? 소피가 말하길 예울로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하고 일상적인 소머리 국밥을 먹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일상과 구분이 되는 연말의 요소는 전부 사라진 것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앞에서 크리스마스의 풍습이 있을 것이라 단정지었다. 그렇다면 ‘일상과 다른 음식’ 없이 어떻게 크리스마스라는 문화를 즐기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문화는 단일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외부로 유입된 사람들에 의해 섞이고 변형된다. 그렇기에 마녀들로 인하여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요리’라는 요소가 희석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마녀들의 풍습과도 겹치는 요소가 유지되거나 더욱 부각되었다 생각한다. 그 요소가 바로 ‘모임’이라는 말이다. 고대부터 흑마법이나 주술,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모임을 빼먹을 수 없다. 마녀들의 모임으로 Sabbat, sabbath, Bealtaine 등 이미 유명한 것들이 많다. 마녀와 그들의 연회, 모임은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 현실의 개념이 현대 마녀학 입문의 세계에서도 있다는 증거는 글에서 찾을 수 있다. 류샤와 소피, 아이리스, 사인, 레누시카와 사감까지. 그들의 모임이 크리스마스를 의식하고 의식을 치루기 위해 인위적으로 모인 것은 아니어도 ‘동아리의 모든 인원이 음식을 주문하고도 환급하지 못하는 상품권’을 하필 크리스마스 때 쓰는 것부터 그것은 크리스마스에만 일어나는 사건인 것이다. 원래 문화라는 것이 어느 날자에는 무언가를 꼭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간단히 말해,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는 요소는 사라졌지만, 모여서 음식을 먹는다는 요소는 여전히 남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말이다.
이번 화는 작가의 음식에 대한 조예를 알아볼 수 있는 화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문화와 마녀의 문화가 어떻게 섞여 제 3 세계의 문화인 ‘현대 마녀학 입문’이 어떤 모습을 하였는지 볼 수 있는 화였다. 현대 마녀학 입문의 세계관이 즐거운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제1), 환상과 마법의 세계(제2)를 혼합하여 제 3세계를 새롭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특이한 고유명사와 친절한 세계관의 설명 없이 바로 제 3세계 일상의 한 폭을 그려낸다.
–새벽에 치킨을 먹고 싶은 욕망을 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