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미묘하고 판타스틱한 소녀의 세계 감상

대상작품: 고마의 사랑 (작가: 앤 셜리,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3 hours ago, 조회 6

먼저 이 작품을 쓰신 ‘앤 셜리’ 작가님에 대한 설명을 드리자면, 예전에 활동을 하셨던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비슷한 시기에 중단편 소설 네 편을 올리셨는데 그 작품들이 모두 재미있는 작품들이라 만약 [고마의 사랑] 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다른 작품도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 작품 [고마의 사랑] 은 매우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중편입니다. ‘고마’ 라는 아이가 느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지요.

 

스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앤 셜리 작가님의 작품에는 모두 다양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여성 서사가 메인 테마인 작품이야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이 분의 작품들은 뭔가 좀 신선합니다.

그리고 네 작픔 중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매력적으로 본 캐릭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 ‘고마’ 가 되겠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뭐가 제일 좋다’고 하는 건 그야말로 개인 취향의 영역입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가벼운 신선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꽤나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인데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가독성이 좋습니다. 매운 닭발 한 점 삼키고 불타는 목구멍에 마구 들이키는 생맥주처럼 술술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화들도 너무 자연스럽게 읽혀서 ‘내가 사춘기 소녀의 생활을 원래 잘 알고 있었나?’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사실 그런 걸 전혀 알 리가 없는 제겐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왠지 가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욱 재미있습니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뼈대는 성장통을 겪는 소녀에게 다가온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복잡 미묘한 심리 상태입니다. 그래요, 그게 답니다. 그런데 묘하게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님이 어제 겪은 일과 당시 했던 대화를 단톡방에 적어 놓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습니다. 현실감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건 그저 사건을 늘어놓는 느낌보다는 훨씬 톡톡 튀는 감성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동감이 글을 이처럼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니 길에서 돈이라도 주운 기분입니다.

본문 중에는 꽤나 과격한 표현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만 역시나 무거운 느낌은 아니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시기를 지나는 소년 소녀의 복잡한 심리 상태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되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그냥 사춘기 소녀가 아니라 약간 어둠 속성의 음울한 매력을 가진 소녀입니다. 도저히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재미 요소들이 글의 풍미를 더해주는데, 마치 드라마의 재미를 확 올려주는 명품 조연이나 까메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램프의 지니처럼 등장하는 정체 모를 남자는  자신의 욕구와 그걸 가로막는 현실의 벽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고마가 만들어낸 초현실적인 존재라 보면 간단히 설명되겠지만 작가님은 그리 간단하게 작품을 단정짓게 두지 않습니다. 마치 악마의 하수인처럼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한 소원을 툭 던져주고 간 남자는 친절하게도 돌아와서 A/S까지 해 주고 갑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그냥 판타지인지 아니면 사춘기 소녀의 심리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혼란이 오는데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흔히 ‘질풍 노드의 시기’라 불리는 사춘기 시절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말도 안 되는 극단적인 상상과 뜬금 없는 좌절, 그리고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혼란함을 작가님의 신선한 문체로 잘 녹여내니 ‘조금 가벼운데 신선한 혼란’이 가득한 재미있는 소설이 되었네요. 그래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그리 재미있었냐고 하면 잠시 고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독특한 성격의 매력 폭발하는 소녀가 주인공인 재미있는 판타지 로맨스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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