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과 동정으로 만들어진 날개 한 쌍 <날개가 있는 인간> 감상

대상작품: 날개가 있는 인간 (작가: JIMOO, 작품정보)
리뷰어: 하얀소나기, 5 hours ago, 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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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으로 하늘을 날던 순간을 나는 목격했다.”

(본문.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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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창작이라는 영역에 발을 담기 시작한 이후로, 그 소재는 매번 인간이 손에 쥐지 못 한 무언가에 대한 동경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땅을 딛던 발로 하늘을 날고, 공기가 없는 바다 속에서 숨을 쉬고, 어쩌면 관습적으로 구체화되어 있는 인간의 모습을 탈피하는 상상을 창작물 속에 재현해냈습니다. 다만 그 이미지가 낯설지 않은 것은 왜일까를 떠올리면, 그 동경의 시선 또한 항상 주위에 머무르고 있는 생명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 물고기, 곤충, 우리가 당연하다고 스쳐가는 여러 동식물들로부터 인간에게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솜씨는, 우리 인간들의 사고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매력적인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날개가 있는 인간> 또한 이런 경외적인 시선을 소재를 환상에 가까운 이미지로 승화시킨 작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조직과 사회에 갇혀 있던 청년이 날개를 단 채 날아갔다는 짧은 단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에 담겨 있는 메시지와 이미지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에 방점을 찍으며 인상을 줍니다.

 

저는 이번 감평에서, 작중에서 보여준 시선을 다음과 같은 부제로 정리해봤습니다.

 

‘동경’ 혹은 ‘동정’

 

문득 떠올려보면 ‘새(鳥)’라는 유약한 생물이 오랜 세월동안 인간에게 동전으로 찍어낸 듯 확고한 영감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그것은 대부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속성에서 비롯됩니다. 두 팔로 많은 것을 이뤄냈던 인간이지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날개’에 대한 동경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날개’는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힘을 뜻합니다. 당장 ‘박제된 천재를 아시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상의 <날개>에서조차, 날개란 척박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의지적인 힘을 뜻한다고 해석됩니다.

 

물론 이 <날개가 있는 인간>에서 보이는 ‘날개’ 또한 그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화자의 시선 바깥에서 보이는 ‘날개’는 사뭇 그 인식이 동경과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1) 사람이 새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중간생략) 그런 걸 숨기고 태연하게 살 수가 있었냐며 양심이 없다고도 말했다.

(P.2) “앞으로는 신입을 받을 때 정말 사람이 맞는지 철저하게 확인한 다음 채용해야겠어요.”

 

여기서 주변에 퍼져 있는 ‘날개’에 대한 인식은 인간을 벗어난 무언가로 규정됩니다. 그것은 다소 배제적인 이미지로 나타납니다. 날개가 돋아나 창밖으로 날아간 신입사원을 두고, 그것은 ‘괴물’이었다며 난폭한 말을 주고받습니다. 오로지 그들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차이에 대해 일방적인 거부감을 표하는 셈입니다. 심지어 ‘우리 중에 또 있을지 누가 알아?’라는 말처럼, 이 장소는 ‘누군가 날개가 돋아난다는 것’ 자체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테두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6) “어떻게 기지를 발휘해서 괴물을 쫓아낼 수 있었지? 다시 봤어.” 부장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맙다고 했다. (중간생략) 처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건 나였지만, 거절했다.

 

여기서 그 날개가 돋아난 ‘괴물’을 쫓아낸 건 화자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뭇 화자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가 직장이라고 부르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날개’를 그들의 집단에서 배제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를 표하는 데에 비해, 화자는 그 모든 것이 탐탁지 않다는 듯 인터뷰마저 거절했다고 합니다.

 

(P.7) 기억이라는 건 묘하다. 그들과 나는 분명 같은 경험을 했는데 왜 다르게 기억하는 걸까?

(P.12) 창문을 열고 그를 쳐다보았다. (중간생략) 그리고 힘차게 날개짓 한다. 날아올랐다. 그의 비상을 지켜보던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괴물을 쫓아냈다는 주변 표현에 비해, 그가 시도한 것은 창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 시선의 차이는 묘한 감성을 전해줍니다. 화자가 창문을 열고 지켜봐주었던 그 장면이, 그 테두리 안에 있던 다른 이들에게는 괴물을 쫓아내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만 비춰졌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단순한 시선의 차이로 벌어진 오해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품은 화자만이 오로지 눈을 뜨고 있었다는 걸 여실히 강조합니다.

 

(P.7) 그 사람은 왜 그렇게 되어버렸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까이 지켜보던 나로서는 늘 그에게 쏟아지던 막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가 꽤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P.9) 쌓이면 터지기 마련이다. 그 착한 사람이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다른 모습으로 돌변했다 한들, 괴물이라며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

 

화자의 눈을 뜨게 만든 것은 일종의 ‘동정’에 가깝습니다. 작중에서 자세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지만, 화자의 눈에 해당 신입사원은 지치고 스러지는 여느 청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자가 판단할 때, 그 청년을 짓누르는 건 그가 속해 있는 집단(직장)이었습니다. 때문에 화자가 읊는 비난은 손에 쥐고 휘두르는 둔기처럼 우직합니다. 날개가 필요했을 정도로 그곳을 벗어나길 갈망했던 청년을 그리며, 그런 청년에게 날개를 달아줘야만 했던 집단의 동료들로부터 커다란 혐오감을 표출하는 셈입니다.

 

(P.9) 그들이 그 괴물을 만드는 데에 손수 일조했음에도, 그들은 자기 죄를 모른다. 심지어 “우리가 피해자입니다.”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생각해보면, 이 집단에 속해 있는 동료들 또한 그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개성을 거세하고, 욕망을 억누르며, 직장이라는 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고 있는 직장인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그들 중에 날개가 돋아난 인간에 대해 동정을 품는 것이 화자 하나라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어쩌면 그들도 ‘날개’가 어떤 탈출을 의미한다는 것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뜻 입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변에서 입으로 오고가는 비난과, 도망친 신입사원에 대해 ‘괴물’이라는 폭력적인 언어를 반복할 뿐이죠. 그것이 그들의 진짜 시선인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그런 언어들과 사고들이 그 시선을 창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분위기에 휩쓸린다’ 같은 편리한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장면에서 그들의 시선을 ‘우리가 피해자입니다’라는 한 구절로 모으는 것은 이 ‘직장’이라는 우리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화자로부터 시선이 갈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그는 유일하게 창문을 열어주며 탈출구를 만들어준 걸까요? 그 키워드는 단순히 동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P.12) 그의 비상을 지켜보던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날개가 있는 생명체인지도 모르고, 갑갑한 이 공간에 갇혀 살던 그가 처음으로 하늘을 날던 순간을 나는 목격했다.

 

마지막 구절에서 화자는 자신이 탈출을 도와준 청년의 모습에 ‘평생 잊지 못 할 거 같다’며 감상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 구절에서조차 화자는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갑갑하다며 건조한 전제를 덧붙입니다.

 

당장 작품 내에서 화자가 신입사원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주변을 떠돌며 눈길을 뒀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가 특별한 인상이 남을 만한 사원이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내리기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청년은 화자에게 평생 잊지 못 할 인상을 남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집단에서 벗어나려는 ‘괴물’로의 상징이, 화자에게는 갑갑한 이 공간에 갇혀 살던 누군가가 처음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상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11) 하지만 모름지기 새라는 것은 가두어 두면 안 되는 생명체였다.

 

이 작은 구절이 ‘날 가두지 말라’는 소박한 외침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요? 그 울림을 곱씹어보는 사이, 화자가 눈에 평생 담아두겠다던 그 한 장면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상적인 작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작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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