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우주! 겁.나.어.둡.습.니.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암흑색맹 (작가: 창궁,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6시간전, 조회 10

콜로니의 배전관 설계사로 일하는 나는 정기적으로 콜로니 외벽을 점검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여느 정기 점검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동료 베넷과 함께 며칠간의 작업을 진행하고 복귀했는데, 에어록에 들어온 직후 베넷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납득할 만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이 실종 사건으로 인해 나는 갑자기 사건의 용의자로서 치안국의 수사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베넷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의문의 실종 사건이 벌써 다섯 번째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는 조사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동안 베넷이 사라지기 전 고백하듯 읊조렸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작품 소개는 편집부 소개글로 대신합니다. 이것보다 더 잘 요약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우선 밝히자면 저는 이 작품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뒤에도 나옵니다만 어쨌든 저는 여기서 아쉬운 점만을 말하겠으나 그래도 이 리뷰가 작품을 손에 들려던 사람들에게 장벽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재미 여부는 독자분들이 읽고 판단하기를 권합니다. 아무튼 저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는데

1.플롯이 상투적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처음부터 어둠의 정체를 통찰해낼 정도로 머리가 좋은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공포 소설을 읽은 짬이 있어서 그런지 초반부만 읽어도 이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가 어떤 형태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그 예상을 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다만 이 작품이 의도적으로 기존 코즈믹 호러의 공식을 답습하고 있고, 저는 전부터 그 플롯에서 별로 공포심을 못 느껴왔기에 느끼는 아쉬움일 수 있습니다.

2.소설이 풀어나가는 전개에 비해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감만이 속도위반 중이라 느꼈습니다. 주인공이 너무 이른 시점에 극심한 공포상태에 도달해버려서 제가 느끼는 감정과 주인공의 감정 사이의 온도차가 계속 벌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전개될수록 주인공의 감정(이자 작품이 전달하려는 공포감)에 대한 감흥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파멸적이고 모독적이며, 비과학적이었다.’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그간의 탄탄했던 문장력과는 다르게 장황하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 글의 제목과 같은 이격된 감상을 느꼈습니다.

다만 그래도 작품에 대해 변호를 하자면 (다른 장르라고 안 그러겠습니까만은)공포소설이 유독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심한 장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경우 언급을 피하는 것보단 확실히 말해두는 편이 좋겠죠. 예를 들어 저는 호평이 많은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집>은 별로였는데 혹평이 많은 기시 유스케의 <백조의 노래>는 엄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 같은 걸 목적으로 한 공포소설이라면 모를까, 본 작품과 같이 공포감 자체를 장르적 재미에 실어서 전달하려는 공포소설의 경우엔 다른 사람의 리뷰에 휘둘리기보다는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는 것을 권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주인공 이름이 V인데, 이름으로는 흔히 쓰이지 않는 이니셜이다보니 뭐랄까, 추리해보라고 대놓고 던져준 질문? 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세 가지 가설이 떠올랐는데

1.Void(공허) 뭐 이건 소설을 읽어보면 대놓고 나오는 키워드라.. 아마 정배라고 하면 이것일 것 같습니다. 다만 주인공 이름이 왜 공허임? 하면 소설이랑 착 달라붙는 이름은 아니긴 합니다.

2.Veritas(진리) 이쪽은 그런 면에서 보이드 보다는 주인공의 역할과 이름의 뜻이 더 밀접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3.Vennett(베넷) 이건 비약이긴 한데 뭐 처음에 실종된 베넷과 주인공이 동일인물이라는 식으로 풀어가는 타입의 공포 소설도 존재하니 가능성이 0%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게 맞을 경우 한 바퀴 돌아서 1의 해석도 같이 수용하게 되는 가설이라는 점에서 재미 면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해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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