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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죠.
글은 쓴 사람을 닮는다고 합니다. 근데 그게 수식이나 컴퓨터 언어에도 적용이 되나요.
내가 아는 사람이 기계어랑 자연어를 섞어서 말을 하는데, 그걸 컴퓨터가 기가 막히게 알아듣더란 말이야. 의사소통은 영 안 되는데, 모니터 앞에서 머리만 몇 번 까딱하면 뭐가 위이잉, 돌아. 응, 그게 뭐라더라, 사후 발레 메시지의 뒷모습이라던가.
근데 그 사람이 글쎄, 잠이 좀 모자라.
이상합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합니다. 근데 그게 개발자와 프로그램 사이에도 적용이 되나요.
내가 아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이리 휘청, 저리 휘청하더란 말이야. 아니, 그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나도 모르지. 왜 그러는지. 요즘 맛이 갔다고는 생각했는데 이제 드디어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뭐가 흘러나오는 노트북을 항상 꼭 안고 있는데, 곰 발바닥 아래 날개 선풍기가 나풀거려.
근데 그 사람이 글쎄, 취업을 아직 못했대.
이상해서요.
한번 누군가 만든 걸 들여다 봤는데요. 그 안에는 혼돈만 있었더랍니다.
인간의 말을 하는 기계가 사람을 먹어, 자근자근 잘도 씹어먹더란 말이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을 픽셀, 아니 0과 1 크기로 쪼개 놓더란 말이야. 아무래도 신기해서 지켜보자니 횡설수설하는 게 꽤 볼만 해. 세상에 이런 게 하나 있으면 뭐부터 부서질까. 어떤 모서리부터 잡아먹힐까 상상하면서 막 그 입으로 발을 디밀어 휘휘 저어보는 거야. 끈적이는 아파트 공생관계인 살구가 바삭거리지.
근데 그 어둠에는, 글 자 와 단 어 가 없어.
이상하네요.
근데 그 사람이 누구라고 했죠?
잠, 잠을 못 잔 사람이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아마 하루에 꼭 두 시간씩 잘 사람이요.
꼭두새벽까지 눈을 뜨고, 입에서 뱀이 걸어 나오는 사람이요.
어젯밤 그 사람이 모니터로 기어들어갔대요.
그리고는 다시 나오지 못했대요.
안타깝네. 안타까워.
그러다 이불 쥐며느리 바닥 타일이 꼼지락거리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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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알 수 없는 단어와 말이 의미를 만드는 게요.
그리고 그 의미가 다시 사람을 잡아먹는 게요.
그렇게 무엇이 서로를 빨아들이는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