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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지구 위를 살아간 마지막 개체 (작가: 준식,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5월 17일, 조회 29

※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준식 작가의 소설 <지구 위를 살아간 마지막 개체>는 추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 중 세계는 아마도 기후 변화에 의해 멸망한 것으로 그려진다. 그 속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서지우가 거주하는 시설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아르고가 외계인 라페 바이리스와 조우하는 내용이 소설의 주요한 골자다.

 

준식 작가가 안배한 세계의 풍경은 삭막하다. ‘식물이 완전히 자라지 못’하며 구역마다 ‘기후는 제각각’이다. 오로지 서지우가 거주하는 공간만이 숲이라고 말하기엔 좀 민망스러운 개체 수가 조성되어 있고, 덩굴이 인위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건물 안은 비교적 쾌적하다. 인류 최후의 요람은 그렇게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 아닌 ‘연명하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점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멸망 소설이 그 ‘과정에서의 인간’을 강조하는데 반해, <지구 위를 살아간 마지막 개체>는 세계에 대한 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멸망의 단초는 아주 무미건조하게 제시되며, 인간군상의 리얼리티는 시체처럼 남아 풍경으로 산화한다. 오직 멸종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불길함이 관찰자에 의해 풍화되며 쓸쓸함을 강조할 뿐이다. 그 끝에 유일한 생존자인 서지우는 사실 죽어 있으며, 실질적인 생존자는 인공지능인 아르고라는 점에서 이 정서는 극대화된다.

 

이런 지점에서 관찰자의 시점은 무척이나 효과적이다. 세계를 알고자 하는 탐구자이자, 최후를 정리해주는 장례사라는 지점에서 라페 바이리스의 존재는 세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못하며) 묵묵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따름이다. 그 것은 인간의 최후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주길 바라는 신적인 존재를 염원하는 것과 사뭇 닮아있다. 그렇게 최후로 멸망하기 직전, 라페 바이리스의 존재가 위안으로 작동하는 것은, 자살하기를 꿈꾸는 인공지는 아르고와 연결된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잃는 것은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과 매한가지다. 아르고는 그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의의를 부여하기 위해서 뇌사한 서지우가 살아있다고 되뇌이며 라페 바이리스에게 ‘부탁’을 한다. 부탁은 삶에 의지를 갖은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부탁은 무언가의 목적을 바라는 일이고, 목적은 살아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례사인 라페 바이리스의 신지수에 대한 선언은 아르고에게는 삶의 의지를 부수는 일과 진배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의 의지 근간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여실히 남아 있다는 것은 특기 할 만하다. 물론 이 리뷰에서 사후 세계에 대해 논하는 것보다는, 인공지능의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렇게 인간답게 사고하고 인간답게 느끼는 원천의 근거가 아르고에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죽음이란 모든 것의 끝임과 동시에 안식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끝 이후를 사유 한다. 그 사유를 인공지능이 가졌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목적성을 각성한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었을 지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소설 <지구 위를 살아간 마지막 개체>는 여러 흥미로운 관점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자체가 쓸쓸하고 덧없이 느껴지는 까닭은 결국 마지막을 맞이한 존재들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 잿빛 투성이 소설 속에서 단 한 점의 푸르름이 느껴지는 까닭은 아르고를 지배한 존재의 쓸쓸함을 넘어서 장례사가 그의 모든 것을 기억해줄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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