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 남에게 갚아야 할 돈. 꾸어 쓴 돈이나 외상값 따위를 이른다.
빚의 사전적 의미는 저렇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물론이고 지불하지 않은 각종 대금도 빚이라면 빚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작은 금액일지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지불해야 할 금액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상당히 부담이 되지 않을까?
베이커 씨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숙박요금 청구서에 베이커 씨는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 금화 100개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이 말이나 되느냔 말이다.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딱 하룻밤 묵고 나왔을 뿐인데 금화 100개짜리 청구서가 날아오다니. 이건 가당치도 않다. 오히려 바이올렛 가(家)를 사기꾼 취급하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마음먹는다. 솔직히 나같아도 그랬을지 모른다. 뜬금없이 돈내라며 청구서가 날아온다면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없지 않을까?
그러나 바이올렛 가 사람들은 이미 베이커 씨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결국 베이커 씨는 바이올렛 가의 농간(?)에 휘말려 종신계약을 맺는다. 베이커 씨의 태도를 보면 제 무덤을 제가 판 꼴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바이올렛 가의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요금을 책정해 멀쩡한 사람을 농락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가진 탐욕의 크기에 비례해 정해진 것이 아닐까 하고. 탐욕이 큰 사람에게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요금을 청구해 빚으로 옭아매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이올렛 가에서 사용인, 아니, 합법적으로 부릴 수 있는 노예 아닌 노예를 고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보인다. 금화 100개라는 숙박료는 그만큼 베이커 씨가 가진 그득한 욕심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단지 읽으면서 하나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끝까지 해소되지 못했다. 가게를 여럿 소유하고 있어서 술집 하나가 도산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던 베이커 씨가 어떻게 그렇게 하룻밤만에 파산하게 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집이 무너졌다고 해서 본인이 갖고 있던 다른 가게들도 죄다 무너진 것은 아니지 않나? 본인이 운영하는 가게 몇 개를 처분하면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거지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끝까지 읽어보았지만 베이커 씨가 소유한 다른 가게에 관련된 언급은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베이커 씨가 이전 사용인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빚 탕감에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연 베이커 씨가 성공적으로 바이올렛 가의 집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