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법 아래 살 사람들 (스포일러 포함) 공모(비평)

대상작품: 상상공장 (작가: 라퓨탄,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3월, 조회 48

신선했어요. 초월적인 기술력을 가진, 하지만 상상력이 마모된 외계인은요. 그리고 그 끝의 반전은 납득 가능한 예상 외였죠.

흔히들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해요. 주로 두가지 용법인데, 하나는 그 사람 자체가 너무 자연법 그대로인 사람이라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법을 어기지 않을 사람이라면, 하나는 법이 없어야 살 수 있는 그런 무뢰한이죠. 하지만 여기에 하나 추가하고 싶어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자체가 법을 어그러트리는 사람에게도 이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로비와 후원을 통해 자신을 위한 법을 만드는 재벌 회장님이나, 혹은 스위치 하나로 지구 전체를 파멸시킬 수 있는 외계인 같은 존재들이요.

하지만 법, 나아가 규칙이나 의식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그들 마음속에도 그런 강대한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는게 아니라 사람들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남아 있겠죠. 그 때문에 반전이 납득 가능했던거 같네요.

반전에서 납득이 가능하면서도 예상 바깥이라는건 매주 중요해요. 외계인은 몇번이나 자신들은 지구를 침략할 모리배가 아니며 우리에게도 고도로 발달된 법과 철학, 의식이 존재한다고 강조했으니까요. 그러니 지구인들의 내용증명을 받아도 지혜롭게 해결하겠죠.

다만 이 단편을 무턱대고 추천하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세영씨의 상상이 외계인들이 말하는 규격 외였던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내요. 그냥 나폴레옹 유머의 변형일 뿐이잖아요?

차라리 이 소설을 일종의 후일담 형태로 만들고, 외계인들이 저작권법에 동의했고, 세영씨의 상상을 통째로 사가는 바람에 어떠한 매체에도 남길 수 없었더라 식으로 처리했다면 어떨가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사실 어떤 작가가 어떤 기발한 상상을 해도 이렇게 문자화 하면 그게 그렇게나 기발해? 라는 의문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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