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무더운 여름 보충수업 기간, 주인공 한지혜는 가족과 함께 ‘산신이 산다’는 외딴 계곡으로 여행을 떠난다. 계곡에 도착한 직후 지질학을 전공한 ‘언니’를 만나 함께 절벽 뒤 비밀 동굴로 탐험을 떠난다. 동굴 안에서 이끼와 버섯이 돋은 기괴한 외모의 괴물과 마주치고, 둘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문체적 특성]
이 소설은 문체가 구어체 위주의 대화가 특징입니다. “아오”, “시끄러”, “지지배”, “뭔 헷소리야.” 같은 생생한 구어체가 인물 사이의 친밀감을 실감나게 살려냅니다. 때문에 전반부에서는 호러소설임을 잊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후반부 또한 괴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전반부에 쌓아올린 자매의 친밀감과 우애(?)로 인해 어떻게든 두사람이 해결하겠지, 싶어집니다.
반면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문체가 바뀝니다. “나무 껍질 같은 피부에 녹색 잔이끼가 껴 있었고 건조하게 일어난 얼굴 틈으로 드문드문 흰 버섯 같은 것이 사마귀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다”처럼 밀도 높은 시각적 묘사가 집중적으로 펼쳐집니다.
또한 제목처럼 “그랬지”라는 회상 어구가 반복적으로 삽입되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 짧은 문장은 처음에는 그저 상황에 잘 몰두해서 깜빡깜빡 잘하는 주인공의 특성으로 보여지고, 단순한 회상 전환어처럼 읽히지만, 클라이막스에서 전체 서사를 뒤집는 핵심 열쇠가 됩니다. 작가는 이 기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뒤늦게 앞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며 섬뜩함을 체감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의 표면적 공포는 동굴 속 괴물이지만, 진짜 공포는 인식의 붕괴에서 옵니다.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 ‘언니’를 처음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실재한다고 믿었고, 독자 역시 “그랬지, 참” 같은 말에 의해, 너무나 상세한 ‘기억’에 대한 설명으로 인해, 그 믿음에 무의식적으로 동참하게 됩니다. 물에 빠져 의식을 잃어가는 극한 상황에서 죽은 자가 만들어낸 환상이, 살아있는 자가 일상에서 공유하는 기억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묘사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언니를 따라 계속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반대로 언니가 구해주지 못하고 괴물에게 붙잡혀서 그대로 끌려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20년 이상 차가운 물 속에 홀로 누워 있던 지질학과 학생은 빛을 받아 “슬픔도 외로움도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퇴장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난 너희 언니가 아냐.”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끝내 “아냐. 언니야.”라고 부르며 손을 이끄는 장면은 단순한 구출이 아니라, 오랫동안 발견되지 못한 존재에 대한 뒤늦은 애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백골이 물속에서도 주인공의 손을 “소중하게 그러쥐고” 있었다는 마지막 묘사는, 죽은 자도 기억되고 발견되고 이어지기를 원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