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여신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일몰의 여신. (작가: 베비나재인, 작품정보)
리뷰어: 비마커, 3월 12일, 조회 52

제목을 봤을 땐 당연히 판타지겠거니 했는데 사극이라 놀랐다. 확실히, 영어 단어라곤 한 글자도 없는데 왜 판타지일 거라 생각했나 모르겠다. ‘여신’이란 단어 때문인가?

 

장점

-읽으면서, 이런 작품이 숨겨져 있었구나 싶었다. 단점은 후술하겠지만, 뛰어난 부분이 있었다.

작품의 플롯은, ‘귀신의 소행이라 여겨지던 것이 인위였음을 밝히고 진범을 잡는다’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추리물은 사극 추리물이 많은 편이다.

막연히, 예전에 봤었던 별순검의 컬트적인 인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어쨌든 추리소설이 잘 나오지 않는 한국에서 사극 추리물의 비중은 큰 편이다.

작가들은 왜 사극 추리물을 많이 쓸까? 판매량 같은 건 잘 몰라서 많이 팔리는지 어떤지는 제쳐두고라도, 실질적으로 추리물로서 사극을 배경으로 삼았을 때 어떤 메리트가 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우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사극 팬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분위기도 그렇고, 사극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사건 등등. 이를테면 도망친 노비를 붙잡아 다른 노비들에게 때려죽이라고 하는 식의 사건은 현대 배경으로는 나오기 힘든 사건 중 하나다. 나올 수야 있겠지만 나온 순간 ‘현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같은 말이 붙을 것이므로 현대를 배경으로 해도 그 뿌리는 사극에 있다.

두 번째로 떠오른 이점은 막다른 길로 몰려버린 현대 배경의 추리물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왜 막다른 길로 몰렸나면, 감시카메라와 첨단과학수사로 범인에게도 작가에게도 너무 허들이 높아져버린 수사력의 힘에 있다.

하지만 사극을 배경으로 하면 그런 문제는 해결된다. 황금기 추리소설에서 보던 그런 트릭과 추리과정을 재현해낼 수 있다.

아무리 고차원적인 트릭을 생각해내도 감시카메라에 찍혔다는 식으로 끝나버리면 멋이 없다.

혹은 단순히, 감시카메라를 속이는 트릭 같은 게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성립 가능한’ 추리물이 꼭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니까.

작품의 장점으로 돌아오자면, 이런 사극 추리물의 장점을 살린 작품이다. 정확히 꼽자면, ‘추리’보다는 ‘사극’ 쪽이 눈에 띈다. 추리라는 단어에서 생각나는 불가능 범죄를 다루긴 했지만, 작품이 중점을 둔 곳은 드라마다(추리물로 한정지어 얘기하자면, 범죄의 트릭보다 범죄의 동기와 인물상에 더 집중한다고 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속한달까?) 현대에서는 도저히 다룰 수 없는 종류의 감정선을 다뤘다. 오랜만에 울적함을 느꼈다. 추리물을 보며, 피해자가 불쌍하다고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는 더욱 오랜만이다.

 

단점

-장점이 크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이 작품은 이래저래 바쁘다. 2화를 볼 때만 해도 이대로 에피소드 식으로 전개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2화처럼 금방 해결될 것 같던 사건이 점점 길어지고, 사건 외의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개 쫓으랴, 청조랑 실랑이하랴, 연애하랴, 시점 바꿔서 서술하랴, 이것저것 많이 바쁘다.

첫 번째 사건처럼 금방 해결될 것처럼 보이던 사건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의문은 깊어져간다. 귀신의 범죄처럼 보이지만 귀신일 리는 없다. 귀신이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면 안이한 거니까. 그러나 귀신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

위에 적은 대로 추리 보다는 사극적인 면이 더 중점이 되는 작품이다. 그러나 온전히 사극이라기엔 추리물적인 성격도 분명한 편이다(추리에 신경을 안 쓰는 독자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그로 인해, 추리물이라기엔 이야기가 좀 과하다. 끝날 듯 말 듯 끈덕지게 계속 이어가는 게 몰입력은 있지만, 동시에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야기를 줄이면 작품의 장점이 퇴색된다. 장점이 다른 장점을 상쇄하는 딜레마다.

-중간중간 과도하게 길어지는 문단이 있어서, 글을 읽을 때 그 부분의 호흡이 나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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