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어봐 연옥을 보여줄게 감상

대상작품: 전선은 있다 (작가: 양진,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9년 3월, 조회 40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예외 하나 없이 죄다 정신병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근대화와 현대화 이후 급격하게 바뀐 라이프 사이클이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양산해서란다. 스트레스로 인한 성인병 증가는 필연적으로 보험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작중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마도 스트레스를 받기 힘든… 연옥이 된 미래에 최적화된 인간들일 것이다. 어찌 보면 참 부러운 부분도 있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실현이며 이를 통한 참다운 소확행이 아닌가. 그것도 아름다운 상호부조의 공존으로 이어지는 삶이다. 파시즘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 수단은 내면의 제거라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주 훌륭하게 구현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멋진 신세계를 봤나(?).

인체의 기계화와 이를 통해 표현되는 인간성의 해체, 그것이 용인되는 디스토피아는 별로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미나고 신선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는 사이파이와 사이버 펑크가 이제 가상의 장르이기보다 거의 현실이기 때문에 와닿아서일까. 여기에 양극화적 빈곤과 보험을 끼얹으니 허 참, 현실적이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사실 잘 보면 단어만 몇 개 바꾼 현재의 이야기란 점이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죽는 게 더 나은 지옥은 아니지만 천국하고도 거리가 먼 이 연옥에서 모두가 정신병자로 살 수밖에 없다면 보험이 가진 상부상조와 상호부조라는 근본적 목적을 기능적으로 실현한 저들이 정답을 찾았다는 확신 같은 착각이 든다. 누가 또 알겠는가? 결말에 나온 저런 선택이 미래에 보험 상품이 되어 나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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