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라바를 먹을 때처럼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bard, 19년 1월, 조회 103

한샘 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재작년에 있었던 브릿G의 만남의 밤 행사(작년에는 행사가 없었지만)에서 처음 보았을 때 제가 느낀 점은, 굉장히 정직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직하게 생겼다고 말하더라도 실제로 쓰는 글을 읽으면 전혀 다를 수도 있는데, 제가 한샘 님의 글을 읽어 온 바로는 글도 외모처럼 정직하다는, 약간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곧은 대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감상은 이번에 리뷰를 작성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를 읽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직하게 구운 바클라바를 먹을 때처럼, 예상할 수 있는 정직한 맛입니다.

우선,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합니다. 테이스티 문학 공모전을 위해 쓰인 글이고, 작중에는 슈크림, 크루아상, 푸딩, 타르트, 티라미수, 바클라바 등의 디저트가 상자 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등장합니다. 그리고 헌혈을 촉진하기 위해 디저트를 이용한다는 설정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뭐랄까, 저라도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쉐프가 디저트를 만든다고 하면 헌혈을 하러 갈지도 모르겠어요. 그 정도로 본 공모전의 취지에 잘 맞는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로, 글이 여러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첫 단락에서는 대략적인 설명을 “해요”체로 설명을 해 줍니다. 저는 이 문체가 끝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다음 단락부터는 “이다”체로 바뀌면서 작품의 분위기도 갑자기 진지하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보통 문체를 바꿀 경우에는 작가의 입장에서 어떠한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본 작품에서 작가님이 정확히 어떠한 효과를 기대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작은 포인트이긴 하지만 어쩌면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 중간에 주인공인 유정이 참회하기 위해서 교회에 들어가는데 교회에서 맞이해 주는 사람이 사제가 아니라 신부님입니다. 왜일까? 신부는 성당에서 일하는 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교회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 “교회”는 개신교 교회부터 성공회, 가톨릭까지 모두 포함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교회라고 했을 때는 좁은 의미에서 개신교 교회를 지칭하기 때문입니다. 리뷰 공모에서 작가님이 초고라고 말씀하시니 짐작이 갑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작은 아쉬움을 표출해 보자면, 작가님이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알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이야기의 동력이 인물이 처하는 외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왜 유정이 건물 위에서 뛰어내렸어야 하는지, 혹은 A가 인간을 그토록 증오하게 되었는지–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를 인물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비추는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독자가 작품을 읽으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작품의 캐릭터들, 유정, A, 센터장, 태석 등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리얼합니다. 마치 작가님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화학 작용이 작품에 매력을 덧붙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대>는 앞으로 더 멋지고 맛있는 글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는 리뷰를 쓰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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