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미학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벨제붑 (작가: 노말시티, 작품정보)
리뷰어: , 19년 1월, 조회 175

짧은 글은 호흡도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 보여주고 싶은 것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가면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으로 깜짝쇼로 끝내는 것도 좋지 않다. 그만큼 단편이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밸런스가 좋게 잡혀 나올 때의 그 기쁨, 혹은 보람은 장편의 완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것은 보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소재와 주제 캐릭터의 완벽한 궁합, 나는 이걸 단편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sf 호러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물론 단편의 미학을 아주 잘 살린 작품답게 구구절절 세계관을 설명하지 않는다. 파리 떼가 나타나고, 지구가 멸망한다. 마지막 생존자들이 남아있는 벙커를 두고, 두 명의 중요 인물이 등장한다. 중후반부에 이르면 이 둘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다른 성향인 걸 알 수 있다. 인간의 생존을 위시한 타 개체의 멸종을 수긍하나(기본적으로 둘의 임무가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파괴임은 부정할 수 없다. 즉 이들은 필요악에 타협한 것이다.) 하나는 그런데도 희생이라는 선, 하나는 살겠다는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돼버린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결국 타협한 ‘필요악’에 의해 퇴장하는데, 이는 악과 손을 잡은 이들의 정해진 결말을 은유함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이 좋았던 건, 짧은 분량에서도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히 보여준다. 많은 등장인물은 배제하고, 단 두 명의 캐릭터로 훌륭히 이야기를 끌어간다. 생존자 벙커로 향하며 겪는 파리 떼의 습격은 매우 시각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며, 이는 마치 재해 같은(재해는 지구의 분노의 비유로 많이 사용된다.)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한 절대적 공포로도 보인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도 적절한 캐릭터 배치와 진행, 결말로 균형이 잘 잡힌 완성도를 보인다.

딱히 단점이 없는 훌륭한 sf 소설이다.

설마 아직도 과학적인 지식과 기술의 배경이 없으면 sf가 아니라는 작가들이 있으려나?

2019년인데 없겠지.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전기양의 꿈을 꾸는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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