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요즘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이 작품 ‘세대공감’은 진실을 외면하며 ‘좋은게 좋은 거다’ ‘모르는 게 약이다’ 라고 주장하는 안일한 방관자들을 향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수 많은 부조리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부조리들은 ‘암묵적 사회의 룰’이라던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고 용인된다. 애초에 그러한 부조리들이 그토록 오랜 기간 존속되어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러한 암묵적 용인 덕이다.
요새 ‘판사님 저는 XX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개그가 유행중이다. 그 개그에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21세기 민주화 사회에서 이런 개그가 통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그것이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현재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일이라는 점도. 블랙리스트라니, 파면 팔 수록 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튀어나와 이젠 뭐가 더 튀어나올지 겁이 날 지경이다.
이 소설은 국가의 폭압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리고 현재도 고통받고 있는 3대를 그렸다. 정말이지 현 사태를 재대로 그려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국가로 인해 한번 파탄이 났던 가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시금 회복되는 듯 보였으나, 현대에 와서 다시 국가에 의해 박살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를 의도한 바라면 정말 독자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작가라고 칭송할만 하다.
마지막으로, ‘너 철 좀 들게 해줘야겠다.’라는 국정원 직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철없는 어린애’취급 받는 사회가 계속 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이 모양 이꼬라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