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의자 감상

대상작품: 멍청한 말 (작가: 양버터, 작품정보)
리뷰어: 라이트, 6시간 전, 조회 4

[멍청한 말]은 제목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두 사람이 첫 크리스마스 때 무리해서 간 바에서 들은 노래 “내가 멍청하게도 사랑해요,라고 말하면서 모든 걸 망쳐놓을 거예요.” 노래와 맞물리며, 가사 속 암시가 작품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겹쳐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야기는 과거로 갈 수 있는 의자를 통해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의 물욕이 얼마나 집요하고 파괴적인가를 드러낸다.

‘과거로 갈 수 있는 의자’는 시간여행이라는 SF적 매력을 제공하면서도,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지금의 자신을 부정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결국 바꿀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한다. 나무위키의 시간 의자 설명—“미래는 결정되어 있다. 네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은 이 소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집약한다.

세부 장면의 배치도 인상적이다. 처음 주인공이 담배를 물었다가 떨어뜨리는 장면은 후반부에 다시 등장해 이야기의 원형 구조와 반복 효과를 만든다. ‘멍청한 말’이라는 제목 역시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결말의 아이러니를 함축하는 열쇠다. 결말에서 남편이 넉넉하진 않아도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며 의자를 부수는 장면은, 오히려 남편이 더 현명하게 보이게 하며 주인공과의 대립을 극대화해 긴장감을 높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서술이 대체로 ‘말하기’에 치우쳐 있어 일기처럼 풀어내는 문장이 많고, 장면의 현장감이 약하다. 특히 결말에서 남편이 의자를 부수려는 행동에 분노한 주인공이 발길질을 당한 직후 독일제 칼을 들어 등에 꽂는 장면은 극적이지만, 살인까지 이를 만큼의 갈등 축적이 부족해 다소 성급하고 황당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독자가 알고 있는 남편의 ‘불륜’은 사실 오해였다는 점에서, 이 살인은 물질적 기반을 잃는 두려움과 왜곡된 불신이 뒤섞인 끝에 폭발한 자기 파괴적 선택이 된다. 진실을 모른 채 저지른 살인은, 주인공의 비극을 더 깊이 허무하게 만든다.

[멍청한 말]은 1인칭 주인공 시점 덕분에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고, 짧은 분량 안에 인간의 욕망과 아이러니, 그리고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인간 심리를 간결하게 담아내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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