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를 찾는 많은 작가님, 독자님들은 어떻게 해서 작품을 접할까? 역시 편집부 추천작에 눈이 먼저 갈까?
필자는 구독 작가의 작품을 먼저 살피게 된다. 구독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다, 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 올라온 작품들은 최대한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경우도 많고 작가의 발전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작품이 재밌고 그것이 추전작이 될 거란 예감이 들고 또 실제로 추천작이 되었을 땐 본인의 안목을 칭찬한다. 본 작품이 그러했다.
감상문에 들어가기 앞서 소설 전체적인 내용을 마음껏 다룰 예정이기에 읽지 않은 분은 작품을 먼저 읽고 오시길 바란다. 110매 분량이지만 몰입도가 높아 금방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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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소설 제목에 집착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의 리뷰를 처음 본 분들도 계시겠지만 거진 제목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작품에 접근한다. 제목은 독자와 소설이 처음 만나는 얼굴이면서 전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마음과 돈, 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했다. 처음 읽을 때 장르를 보지 않았었기에 가슴 뭉클해지는 작품이라고 예상했다. 용복 작가님은 스릴러를 잘 쓰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도 매력적으로 쓰기에 이번에는 그런 류의 작품일 줄 알았다.
김무식은 집주인 경자를 사모한다. 실제로 구애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다. 중년, 노년의 로맨스를 다룰 거라고 예상했지만 분위기가 급변한다. 무식은 예술가랍시고 피사체—경자의 동의도 얻지 않고 노골적인 의도가 담긴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을 발견했을 때 경자는 여자로서의 매력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겨울 뿐이다. 그건 그것을 함께 발견한 경자의 동생인 연자도 정 순경도 마찬가지. 만약 무식이 경자의 육체가 아닌 분위기 위주의 사진을 찍었다면 그들의 시선이 달랐을까?
경자와 연자는 사고(애초에 사고가 맞을까?)로 무식을 살해하고 당황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시체를 처리한다. 그리고 무식의 실종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무식과 상관이 없는 것처럼 판을 짠다. 경자와 연자의 계획이 착착 진행된다고 느낄 즘 위기가 찾아온다. 대한민국 경찰이 그리 호구는 아니다. 경자와 연자는 부랴부랴 뒷수습을 하지만 한발 늦는 것 같다. 하지만 하늘이 돕는지 육절기 주인은 기계를 분해해버리고 시체를 실은 소나타은 검식을 하기 전에 폐차 처리된다. 급기야 완전 범죄를 위해 무식이 살았던 집까지 불타버리니(경자와 연자의 자작극) 형사는 더욱 의심이 커지지만 그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
자매의 완전 범죄는 이렇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자가 받을 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무식이 계속해서 경자를 괴롭힌다. 번거로운 육체도 사라졌으니 경자는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설령 경자가 자수를 하더라도 그의 손은 이미 피로 더러워졌다. 어쩌면 무식은 경자가 오기를 바라며 더욱 더 괴롭힐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여러 번 읽으면서 무식이 저지른 죄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경자에게 보였던 애정이 죄일까? 그의 추악한 마음이 죄일까?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그가 직접 드러내지 않는 한, 드러내어도 그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것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말과 행동을 통해 추측할 수밖에 없다. 무식을 둘러싼 소문은 그를 불온한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무식은 남자치고 곱상하고 손가락은 길어서 예술가랍시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농사를 짓는 세계에선 그곳에 영원히 속할 수 없는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그 새끼 눈빛이 더러웠다며 욕하지만 경자는 착하게 구는 무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월세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내니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의 ‘예술 작품’을 보았을 때 마음이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 소문이 사실이 된 순간 경자는 무식을 좋게만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식의 잘못인가? 그의 ‘예술 작품’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나? 아니다. 그의 더러운 눈빛에 기분이 나빴을지 몰라도 충분히 말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심지어 그의 성적 취향은 경자와 연자가 무단 침입해서 알아낸 사실이다. 그러면서 억울하게 살해까지 당하고 말았다. 무식 입장에서는 사랑이라는 따뜻한 마음과 월세라는 돈으로 물질적 정신적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건만 돌아온 건 죽음이었다.
작품의 제목이 ‘따뜻한 마음과 돈’인 이유는 무식이 경자에게 보인 진심이라고 받아들였다. 경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식이 물질과 정신을 모두 내어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어떤 의미로 붙였는지 작가님께 여쭙고 싶다.
혹여 오해하실까 덧붙이자면, 필자가 무식의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건 아니다. 스토킹과 불법 촬영은 엄연히 범죄다. 다만 우발적인 사고라고 하나 그가 지은 죄에 비하면 벌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사고 경위를 밝히고 그를 마을에서 쫓아낼 수는 없었을까? 어찌하여 경자와 연자는 사고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을까.
연자와 경자가 사고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일전에 무언가 비슷한 경험을 한 게 분명해 보인다. 필자는 동생 연자가 험한 꼴을 당했고 그걸 언니 경자의 제안으로 처리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생 연자가 먼저 경자에게 말끔한 처리를 제안한 것이다. 합이 맞는 자매의 행동을 보면서 어떤 과거가 있을지 궁금했다. 언젠가 작가님이 풀어주지 않을까 조심스레 희망해 본다.
‘특실 손님’(아쉽게도 지금은 읽을 수 없다)도 그러하고 다른 단편 소설들도 그러하고 용복 작가님은 독자의 마음을 쪼이는 방법을 잘 안다. 필자와의 주고 받은 댓글에서 소재가 자극적이라 재밌는 것 같다고 하셨지만 소재보다도 완급 조절 때문에 더욱 재밌게 읽었다. 무식의 정체를 드러내고 경자와 연자가 시신을 처리하고 경찰에게 들키지만 결국 빠져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경자가 받은, 받을 결말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죄 짓고 살 순 없다. 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발적인 사고라고 해도 그것을 숨기려는 등 무마하려는 뒷수습은 안된다. 물론 경자가 솔직하게 나섰다면 작품의 방향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런 게 아니니 독자 멋대로한 해석을 너그러이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다.
재밌는 작품을 읽어서 즐거웠습니다. 혹여 필자가 오독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작품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