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문이 열리고 해나가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슬슬 눈치를 보고 다가가지 못해요. 해나는 말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대요.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교실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이들과 거리를 둔 채 떨어져 있는 해나. 왕따일까? 뭘까? 왜 해나는 말을 잃어버렸을까? 이것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계속 읽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해나와 ‘나’는 한때 썸을 탔던 사이였고 게다가 이웃집에 살기 때문에 해나에 대한 ‘나’의 관심은 거둬질 수 없기도 하고요. 그러므로서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해나는 언제나 존재하게 되죠. 역시 독자도 해나의 비밀에 대해서 궁금하기 때문에 끝까지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쨌든 ‘나’(최산)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나’와 친구 수호의 대화로 시작해서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보여주면서 간간이 해나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요. ‘나’는 철봉 운동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그로 인해 핑크돼지라는 열혈팬도 있는 남학생이죠. 소소하고 아기자기하고 때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간에 가끔 웃었어요. 제가 다시 학생이 돼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착각도 들었고요. 해나와 관련된 사건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되기도 했지만 드문 드문 뿌려놓은 유머가 살짝 길게 이어지고 있는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읽어나가게 했어요. 중간에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이 살짝 들긴 하지만 다른 독자분들은 못 느낄 수도 있어요. (제가 고등학생이 아니다 보니 드는 느낌일 수 있어서요. 그리고 전 이미 다 겪어본 일들이라 그런 거지. 서술이 지루한 건 아니에요.)
최산(나) 캐릭터도 좋은 것 같아요. 돈 5만원 준다고 2층에서 점프할 수도 있는 녀석이라니요. 철봉을 하는 모습도 딴에는 남성미를 과시한다고 하는데 딱 그 나이의 남학생 모습이라 귀엽습니다. 아재개그 같은 유머들도 풋풋 웃음 짓게 하네요. 남녀공학에서는 볼 수 있는 체육시간 전 옷 갈아입기 – 아, 이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추억이에요. 저도 남녀공학을 다녔었거든요. 근데 요즘 학교들도 이런가요? 전 무지 오래전이라서. 요즘 학교들도 이렇게 해요? 이상하면서도 반가웠어요.-
아이들의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드문드문 끼어드는 해나네의 비일상성이 살짝 살짝 긴장을 돋우면서 – 그 사이 텀이 좀 긴 느낌이 있긴 해요- 이야기가 점점 결말로 다가갑니다. 마지막 장면과 드러내주지 않은 이야기가 엇갈리면서 왠지 가슴이 아릿해지네요. 애잔하면서도 여운이 있는 결말이 퍽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어요. “아, 해나한테 이러면 안 됩니다. 작가님!” (이야기를 위해선 이래야만 한다는 걸 알지만 난 첫사랑 만큼은 예쁘게만 했으면 싶은 개인적 소망이 충만하다보니. 쿨쩍. 코를 먹으며 소곤거려봅니다. 이 예쁜 아이들을 왜!!! 전 첫사랑도 없는데 요즘 소설로 첫사랑을 연속으로 만나고 있군요. 이것도 무슨 운명의 조화일까요?)
패랭이 꽃의 꽃말은 순결한 사랑이라네요. 맞아요. 사랑은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럼요. 그거야말로 진짜 사랑이죠. 비는 비일 뿐이죠. 겨울비 따위는… 따위라고 말할 수 없어서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 그래도…!!
– 근데 작가님 저희 혹시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 이 낯익은 느낌은 뭘까요? (갸웃갸웃, 글에서 누군가를 느꼈어!! 이건 아주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착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