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라는 카테고리를 읽은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 잔혹동화는,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한 이야기를 극단적이게 담담한 문체로 서술하는 무언가로 박혀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훌륭한 잔혹동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의 피아니스트, 두 번째의 아이, 세 번째의 소년 – 세 개의 이야기는 피아노를 통해서 엮이고, 또 작가는 그것을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무거운 반전은 섬뜩하지만 담담하게 서술되고 또 독자에게 알기 쉬운 형태로 전달됩니다. 좋은 글입니다.
다만 제가 (제 부족한 깜냥에) 좀 아쉽게 느껴졌던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섬뜩함 이상의 무언가가 보고 싶다 – 는 가벼운 소망입니다. 흔히 보는 호러 소설의 경우는 고어적인 묘사를 통해서 단순한 공포감 너머를 표현하는 것들이 꽤 됩니다. 단순히 글을 보면서 ‘무섭네’에서 그치지 않는, 무섭지만 아름답다 – 혹은 무섭고 무서워서 잠을 못 자겠다 – 수준의 레벨로 높일 수 있는 것들이요. 섬뜩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혹은 섬뜩함으로 변주할 수 있는 감성… 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호러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됨으로서 더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었으리라고 믿어요.
나머지 하나는 스킵된 디테일에 관한 아쉬움입니다. 동화의 포맷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지극히 담담해지는 게 정상이고 또 운명입니다만, 작가분의 문체가 너무 미적인 덕에 부분적인 디테일을 조금 더 넣으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한탄이 들게 됩니다. 분량을 조금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써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