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본다면 뭔가 서정적이고, 신비롭고, 몽환적인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눈 내리는 밤>은 그런 작품이라기
보다는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어느 강의실 안, 주인공은 교수의 수업내용이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저 첫 눈을 보고 신기한 듯 눈밭을 달리는 강아지처럼 주인공 역시 몸은 강의실 안에 있지만 생각의 끝은 하얀
눈밭을 연신 달리고 있다. 그러던 그때 그의 질주를 멈추는 사건(?)이 발생한다.
‘시험에 나오니 별 백만개를 표시’하라는 교수의 말에 A라는 한 학생이 질문을 하면서부터 사건은 시작되는데.
그 질문이라는 것이 현재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또는 생각해 봤을 질문이다.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냐? 그렇다면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중요한 것이 아니냐?로 시작된
교수와 A군의 첨예한 대립 속에 주인공의 정신은 강의실 안으로 소환되 듯 끌려 온다.
그러면서 주인공 그 자신조차 생각지 못한, 아니 어쩌면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늘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나
의식의 바깥에선 잊고 있었던 A군의 예기치 못한 ‘그 질문에’ 주인공의 정신은 하얀 눈처럼 환기된다.
이 작품은 A군이라는 학생을 내세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 것 같다. (현 교육의 실태 또는 인생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물음 같은 것) 주인공은 그런 A군을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보통의 우리들’이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추후 A군의 질문을
통해 각성하게 되는…
그 변혁의 현장 한 가운데 있는 A의 뒷모습이 나는 어쩐지 쓸쓸하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에서도 표현된 것처럼, 모든 변혁의 현장 한 가운데서 첫 발을 내딛는 누군가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목소리는 외롭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처음이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누군가의 첫 걸음이 있었기에, 누군가의 호소하는 첫 목소리가 있었기에 고여있던 사회가, 문화가,
정치가, 또 넓게는 이 세상이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여있는 물은 평온한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썩기 마련이고 흐르는 물은 거세고, 위험해 보이지만 결코 썩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