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하지만, 언제라도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꽃.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은 어둡고 時原한 숲속의 길을 걷고 있을 때
혹은 어딘가 불길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 오싹함이 느껴지는 강가를 걷고 있을 때,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
아래 적나라게 드러난 한 생명체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때, 아니면 그저 평범한 어딘가를 무작정 걷고 있을 때,
그 꽃은 선택적으로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꺽여 버리고 만다. 그게 이 꽃의 운명이자 숙명이다.
그리하여 꺽인 자에게 꽃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혹하고도 잔인한 핏빛 운명을 안겨준다.
이 무섭고도 슬픈 운명의 실타래는 꽃을 꺽은 자에겐 예외없이 쥐어진다.
그 옛날 소돔과 고모라를 뒤로 하고 길을 떠난 롯의 아내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 했던 말을 어기고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던 것처럼 혹은 지나가는 뱃사공을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혹한 세이렌의 노래에 이끌려 목숨
을 잃었던 사람들처럼, 이 꽃에 이끌려 꽃을 꺽은 자들의 끝은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니… 혹 언젠가, 만약, 바로 당신이 발견하게 된다면 ‘절대 뒤돌아 보지 말고’ 가던 길을 가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그 유혹을 견딜 수 있다면…)
그 꽃에서는 오묘한 향기가 나. 그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 그 강렬한 희디 흰 빛깔.
난 어디에서도 그런 순백의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어. 그래서 더럽히고 싶은, 그래서 짓이겨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버렸어. 나는 손을 뻗어. 꽃잎이 내 손끝을 간질이지. 나는 미소를 머금고 그 꽃을 꺽었어. 알 수 없는 희열과 슬픔이 뒤섞인 그런 기분이었지.
이 작품은 ‘꽃’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꺽을 수밖에 없어서 꺽어 버린 꽃’이 가지고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 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간절히 원하게 되는 ‘욕망의 대상’으로 승화시킨 상징성이 짙은 작품이다.
꽃은 마땅히 피어있어야 할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그 생명 역시 계절의 순환 속에서
영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에 의해 꺽여진 꽃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은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이다.
영원할 것만 같은 인간의 욕망은(그 욕망은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 언젠가 손끝에서 스러져 가는
모래알처럼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서 더 없이 안타깝고 슬픈…..
언젠가 벚꽃이 만발했던 봄날 너무 예뻐서 나뭇가지에서 벚꽃 한움큼을 꺽어왔는데, 그 순간만큼은 참 기분도
좋고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었는데, 그런 기분도 잠시. 식탁 위에 올려 놓았던 벚꽃 송이는 시들고 메말라있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분이란 참 묘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욕망의 순간은 (그것을 성취했을 때) 참 달콤하지만
그 달콤함이 결코 오래가지 않는 다는 것… 때론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때도 있다는 것.. 주변에 그런 사람들
참 많지 (권력욕, 도박, 돈…) 나도 너무 갖고 싶은 명품백이 있어서 그걸 샀는데,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얼마나 행복했는지…그런데 이젠 매달 납부해야 되는 카드값이 너무 무섭다. 남은 건 한숨과 짓누르는 무게감..
웃픈 현실 ㅠ
그러니 꽃을 꺽을 자신이 있다면 꺽되, 그 끝은…. 장담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