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은 어느 피라미드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남녀의 전쟁과 해소에 관한 짧은 신화입니다.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전설” 은 남성사회에서 여자는 남아를 낳고 사랑하며 기르기 때문에 죽임당하지 않고 사회 내부에서 허용된다는 전설입니다. 남자는 여자를 증오하지만, 타자인 여자에게서 남자아이를 보아내고 이에 감동받아 여자를 살려두기로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가부장제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데, 여자를 결국에는 최종적으로 남자이기 위해서 거쳐 가는 우회로로서만 인정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자기충족적인 남성신화가 됩니다(모든 것은 남자로 수렴된다). 신의 뜬금없는 가호가 남성에게 주어진 것도 그렇고요. 남성은 신비주의적인 가호를 자신만의 후원자로 삼게 된 겁니다. 종교야말로 세상의 원리(이 경우에는 가부장제)에 대한 정당화의 끝판왕 아닙니까.
나아가 여성들이 남성을 압도적인 힘으로 죽이다가 그 힘을 상실하고 현실은 반대가 되었다는 내용이, 정말로 어떤 폭력적인 사회에서 생겨날 법한 신화라 흥미롭습니다. 전부터 여자보다는 덜 증오하니까 남자가 더 착했다는 내용, 그리고, 여성에게 남성에 대한 대죄(거의 멸종시킴)를 지은 과거가 있다는 내용도, 심정적으로 남성이 더 착한 쪽으로서 자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여성에게 폭력을 사용하면서도 오히려 여성에게 그럴 만하다는 죄책감을 부여할 수도 있죠(이건 성경에서 이브의 원죄랑 비슷하죠).
그러면서도 이 신화는, 남자를 다 죽일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고 하는 물의 여성을 진짜로 기세등등한 존재로 그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습니다. 출산의 고통을 약간의 증오 (그리고 대죄로 인했다는 암시, 또한 ‘여성 자신이 여신에게 기도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라는 애매한 정당화)를 담아서 편안하게 넘어가는 것이 그렇습니다.
정말 어느 살해가 잦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믿어지고 활용될 법한 신화네요. 잘쓰시네요. 인상 깊은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