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낮선 조력자가 나중에 알고 보니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클리셰. 주로 유령이나 시간여행 같은 초자연적 현상과 엮어서 부모의 모성애나 부성애 등을 그린 서정적인 글에서 자주 차용하는 장치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 장치인 만큼 효과적으로 사용하긴 어렵다. 현대의 독자들은 이미 그러한 클리셰를 수백 번도 더 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본 작품에선 반전의 새로움에 집중해서 전혀 새로운 구조를 선보이는 리스크를 짊어지기 보다는 이미 검증된 시나리오를 통해 작가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깔끔하게 맺고 끊은 점이 돋보인다.
작중의 누나유령이 왜 평평한 돌 위에서만 주인공을 만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는 부분이 아쉬웠다. 죽은 아내와의 연결고리로 써먹기 너무도 좋은 이 소재를 왜 써먹지 않았는지, 혹시 작가가 의도적으로 비워둔 부분이 아닐까 싶을 만큼 큰 아쉬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