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강함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히틀러와의 하룻밤 (작가: Victoria, 작품정보)
리뷰어: 무조건건강하게, 18년 1월, 조회 78

진실로 강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히틀러와의 하룻밤>은 나치에게 쫓기는 아름답고 유능한 유대인 의사 위베르와
활달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아내 소피, 아빠를 쏙 빼닮은 아기
에스메 가족에게 위베르와의 인연으로 그를 감시하고 있던 히틀러가 들이닥치고 그에게서
벗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히틀러는 홀로코스트 전쟁범죄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독재자로 군림했던
그 ‘히틀러’가 맞기 때문에 약간 틀어 <대마왕과의 조우>로 생각하셔도 다르지 않아요.

그리고 그 마왕이 원하는 건 위베르가 가진 ‘아리아인의 아름다움’ 입니다.
큰 키에 하얀 피부와 황금빛 금발,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위베르의 아름다움은
15년전 첫 만남에서부터 히틀러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무렵 히틀러는 광신적 반유대주의 사상에 사로잡힌 데다 인종주의 쓰레기 잡지의
애독자였기 때문에 위베르의 외모에 호감을 보내며 몰래 그를 신격화한 초상화를
그렸고 그가 유태인임을 알게 돼 실망하고 멀어진 후에도 행적을 뒤쫓고 조사하여
부부의 아이 에스메가 위베르를 이은 ‘아리아인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아기를 뺏으러 올 정도로 집착합니다.

‘히틀러’로 대표되는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침입자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으로 만들어진 결벽적 순혈주의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에스메를
실험재료로 삼아 그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그들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서죠.
이 ‘개성적이고 특별한 아름다움’은 나치의 이념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힘이겠지만
그것은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외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막상 글을 읽으며 느낀 위베르 가족의 아름다움은 외모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베르는 적은 수입에도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일하며 황당하거나 무례한 행동과 말에
웃거나 흥분해 대응하지 않는 배려와 인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피는 도피생활에서도 여유와 활달함을 잃지 않습니다. 막 갖게 된 귀여운 아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숨어지내면서도 꽃으로 집을 꾸미고 책을 읽으며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고 친구를 사귀는 인간다운 삶의 여유를 포기하지 않아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의를 지키며 품위를 유지하는-평범해 보이지만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위베르와 소피는 그들이 가진 인간적인 역량을 사용해 히틀러에게서 하룻밤의 시간을
확보하고 도피방법을 찾아가는데 그들의 인간관계 안에서 거래와 협력을 하고 우정으로
도움을 받습니다. 마지막에 우연하게 그들을 도와준 경관의 친절까지도요.
독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 우정과 애정의 연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이 글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무엇보다도 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주인공들의 안전한 도주와 앞으로의 행복을 바라게 하는 힘이기도 하지요.
이 앞에선 히틀러와 나치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거대하지만 초라하고 궁색할 뿐입니다.
읽으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행복을 보여주던 오.헨리의 소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읽은 후 느낀 불편한 점은 이 소설이 구미주의적 시선으로 쓰였다는 겁니다.
탐욕적이고 불합리한 힘의 논리(히틀러)에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유태인)의 모습은
지금 현실에서의 유대인과 완전히 반대 모습이고요.
성탄절에 탄압을 피해 도망가는 금발의 유태인 아기라니 예루살렘의 아기예수인가요.
유대인 군대에 의한 점령, 강제진압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다치고 희생되는 아이들
기사가 뜨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글 리뷰를 쓰려니 불편함과 아이러니가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이 작품분류를 팩션이 아닌 AU로 쓰신 것은 이런 상황에 영향을 받으신 것이
아닐까 멋대로 짐작하고 있고요.

소설로써는 정말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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