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두 가지 생각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소리 없는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8년 1월, 조회 49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이 작품을 읽고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두 가지였다. 아니,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그 두 생각은 계속 나와 함께였다. 하나는 ‘내게 남겨진 삶이 단 하루 뿐이라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좀비가 된다면’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 생각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짧지만 굵은 기둥 같은 존재였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추측에 근거는 없어서 그저 내가 읽고 그리 느꼈을 따름이다.

여기서부터는 그저 감상이다. 만약 내게 남겨진 삶이 단 하루 뿐이라면, 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있을까. 자연적인 죽음이던 물리적인 피살이던 자연적인 재해이던 그게 어떤 방식이던간에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뿐이라고 정해진다면, 내 인생 최후의 하루에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 상상을 나는 꽤 자주하는 편이다. 우울하게도, 나는 그 하루를 100% 만족스럽게 채워나갈 방법을 모르겠다. “하루는 너무 적소, 나흘 쯤 합시다”하고 나도 모르게 협상을 해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하루가 썩 만족스럽다. 그것은 아마 내일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도 없고 논리적일 수도 없는 헛소리를 맹신하고자 하기 때문 아닐까. 오늘 망쳐도 우리에게는 그것을 고쳐나갈 내일이 있다. 내일 그걸 고치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지만 인생 최후의 날에는 그것이 없다. 그래서 뭘 해도 완벽해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인생 최후의 날을 100% 만족스럽게 채워나갈 방법은 사실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살이가 되어버렸지만, 집단으로 사람을 물어뜯고 잡아먹는다는 점에서는 좀비랑 다를 바가 없다. 만약 세상에 좀비 아포칼립스가 일어나서 내 주변이 온통 좀비 투성이라면 어떨까. 거기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을까. 나는 포기가 빠른 사람이라서 그냥 얼른 물려죽고 말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있고 아닌 순간이 있다. 좀비 투성이의 세상에서 인간으로 계속 남아있는다고 해서 존엄성이 지켜질리가 만무하다.

작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진즉에 나갔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논리가 아닐까. 노래방에서 인간으로 갇혀있는 것이 그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고 상상할 거리도 많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두 가지 맥락을 통해 읽고난 후의 감상을 떠들었지만, 이것이 작품 전체의 내용과는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 리뷰는 그저 참고정도로 해두고, 직접 본문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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